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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지배구조 모범규준,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치나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야심 차게 내놓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모범규준 제정에 따른 사외이사진의 물갈이로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지각변동이 예상됐지만, 실제로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배구조 공시가 상세해지고, 제출 서류가 많아지는 등 관련 절차만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위한 이사회를 은행권 중 가장 먼저 개최한 신한지주는 올 정기 주총 때 3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하기로 했다.

신한지주는 이번 주총 때 김기영 전 광운대 총장과 히라카와 하루키 평천상사 대표,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태 본부장 등 3명의 사외이사 대신 박철 전 한국은행 부총재와 히라카와 유키 레벨리버 대표이사, 필립 에이브릴 BNP파리바 일본대표 등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신한지주가 일부 사외이사진을 교체하기는 하지만, 그 인원을 최소화 하였고 내용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사회 구성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어 보인다.

우선 올 3월 주총 때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10명 중 8명이지만, 교체 대상은 고작 3명에 불과하다. 특히 하루키 대표이사와 아기니에 본부장은 사외이사 최대 임기(5년)를 모두 채워 더이상 연임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김 전 총장은 한 번 더 연임을 할 수 있었지만 일신상 사유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된 사외이사 역시 재일동포 주주 지분과 BNP파리바 지분을 그대로 승계했다. 기존의 사외이사진 구조를 그대로 유지시켜 획기적인 교체보다 안정성을 선택한 것이다.

6일 이사회를 앞둔 하나금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최대 임기를 채운 정광선 이사회 의장과 최경규 동국대 교수의 교체만이 결정됐을 뿐이다. 하나금융은 이사회에 앞서 사추위를 열어 나머지 2명의 사외이사 거취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연임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 모범규준 제정의 시발점인 KB금융은 최근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KB금융 지배구조 개혁의 핵심인 ‘CEO 경영승계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한 것이다. KB금융은 CEO 선임에 외풍을 줄이고자 현직 CEO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는 내용의 경영 승계계획을 마련했지만, 정치권의 입김에 밀려 오는 9일 이사회에서 재논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주목을 받는 KB금융 마저 자체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에 대한 당국의 모범규준 제정으로 금융권의 지배구조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사외이사 선임 사유서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등을 길고 상세하게 써야 해 관련 절차만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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