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올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1.7%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3.1%, 설비투자는 -7.1%를 기록했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이처럼 큰폭으로 감소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금리인하와 고환율, 재정지출, 구조개혁과 경제체질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침체가 대내외 여건 악화와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만큼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길동 기자/gdlee@heraldcorp.com] |
▶높아지는 금리인하 압력=무엇보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최근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경기경착륙을 막고 이익집단의 반발 등을 피하기 위해선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저금리 정책의 경우 가계부채의 증가가 우려되나 금리부담을 줄여 소비를 늘릴 수 있으며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을 줄여 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금리를 낮출 경우 자본의 갑작스런 유출이 우려되나 현재 수입감소와 국제원유가 하락으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늘어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급격한 자본유출의 우려가 작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을 높일 경우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국내물가가 높아질 것이 염려되나 현재 물가가 안정돼 있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물가 부담은 작다”고 말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기획재정부는 1월 산업활동 위축은 연말 자동차 밀어내기 생산 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설이 지난해 1월에서 올해 2월로 이동한 데 따른 효과 등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경기는 완만한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따라서 1월 산업활동을 제약했던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향후 회복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흐름을 재개하고 국민들이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올해 예산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며 “상반기에 전체 예산액 322조8000억원 중 58%인 187조9000억원의 지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서민생활 안정, 경제활력 회복, 일자리 창출 등 국민체감도가 높은 사업의 효과가 조기에 가시화되도록 예산을 중점 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길동 기자/gdlee@heraldcorp.com] |
▶금리인하 회의론=이에 반해 한국경제의 부진은 악화된 대내외 여건이 복합돼 나타난 구조적인 것으로, 금리인하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노후에 대한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위축돼 이것이 소비와 투자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소비와 투자가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돈을 풀더라도 그것이 실물로 흘러들어가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금리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실장은 때문에 “금리인하와 같은 거시적인 금융완화 정책보다는 특정 분야로 돈이 흐르도록 하는 정책금융을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와 함께 재정지출은 경기진작을 위한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경기진작 효과보다는 재정건전성 악화와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경기를 단기간에 부양하려는 것보다는 가계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기업의 제품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R&D) 확대 등 ‘내공’을 쌓는 체질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속도는 늦춰도 추세는 불변=어떤 정책을 펴더라도 한국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적자를 감수하며 재정을 확대했고, 한은은 금리인하로 기업과 가계가 부채를 늘려 소비와 투자에 나서도록 했지만 이젠 이것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재정의 누적적자가 심각하고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 부채 주도의 성장이 지속되기 어렵다.
높은 대외의존도는 한국경제의 약점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의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중국의 성장둔화, 미국의 더딘 회복 등은 근본적으로 한국경제의 회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하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금리인하나 재정지출 확대 등의 정책을 펴더라도 경제의 하강속도를 낮출 수는 있지만 하강 추세를 돌려놓지는 못할 전망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경제활동 참여자로선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에 대비해 부채축소 등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