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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유재훈]1300조원의 의결권 시장

  • 기사입력 2015-03-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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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상장회사들의 큰 화두는 새도우보팅 제도의 폐지였다. 주주총회에서 예탁결제원이 주주들을 대신해 의결정족수를 채워주는 이 제도는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폐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움 없이는 주주총회의 성사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이에 관한 보완조치가 다시 논의됐다. 결국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취한 기업들은 2017년까지 새도우보팅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주주총회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경영진과 회합해 회사의 중요사항을 결의함으로써 자신의 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확인하는 소통의 장(場)이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적 경향인 대중투자자의 주주총회 무관심 현상을 극복하고 회사경영진과 주주간 소통의 메커니즘으로 주주총회가 기능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만큼 우리의 법제도와 실무관행이 적절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냉정한 관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탁결제원은 2010년 이래 주주가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 플랫폼을, 올해부터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절차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전자위임장권유시스템을 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펀드 운용회사나 연기금 등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대신 관리하는 기관들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할 목적으로 도입될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지원할 ‘기관투자자 의결권행사지원 토털 플랫폼’도 금년 중에 선보일 계획이다.

문제는 아무리 법제도가 잘 만들어지고 유용한 전자 시스템이 구축된다 해도 이들을 본래의 취지에 맞게 활용하여야 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의 몫이다.

전자투표시스템에 대한 기업들의 자발적 활용도가 그동안 저조했으나, 주주총회가 특정일에 집중되는 것이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주주총회 제도에 대한 인식과 운영관행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대만과 같은 나라에서는 주주총회의 분산을 법으로 강제할 만큼 주주총회의 시기적 분산은 주주총회 참석률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경우 12월 결산 상장사 중 약 80%에 해당하는 기업이 3월의 특정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있고, 이는 주주의 총회 참석률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상장사들이 총회일 평균 16일전에 주주총회 소집통지를 하고 있어 주주들이 안건을 검토할 시간이 선진국에 비해 짧은 편이다. 주주총회에 대한 주주들의 무관심과 소극적 태도 또한 주주총회 비활성화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1300조원에 이르는 우리나라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 되어있다고 알려져 있다. 눈을 돌려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활성화함으로써 주주총회를 기업가치 제고의 기회로 삼을 수는 없을까?

기업의 편의주의적 태도와 주주의 의결권가치에 대한 무관심을 불식하고 발달된 IT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우리에게도 이 같은 ‘자본주의의 축제’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그리하여 시가총액 1300조원에 이르는 한국 주식시장에 의결권의 가치가 더해져 새로운 1300조원의 시장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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