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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시등교 시행 첫날…학생도 학부모도 ‘혼란’
[헤럴드경제=사건팀]#. 2일 오전 8시 5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의 6학년 변지수(가명) 군이 학교보안실에 앉아있다. 변 군은 등교 시간이 9시로 바뀐 지 모르고 혼자 교실에 들어갔다가 난방이 되지 않아 이곳으로 옮겨 수업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8시 15분경 3학년 아이를 데려다 주러 온 학부모 문모(41) 씨는 “아이를 아이돌봄 교실에 맡기러 왔다”며 “직장이 먼 편이라 오늘은 미리 회사에 얘기하고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2015학년도가 시작된 2일부터 서울 지역에서도 9시 등교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들의 경우 출근 시간과 등교시간이 겹쳐 큰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사자인 학생들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사진설명=올 새학기가 시작된 2일 서울 지역에 ‘9시 등교제’가 처음으로 시행됐다. ‘워킹맘’들은 아이들 등교시간이 출근시간과 겹쳐 곤혹을 치렀고 학생들도 혼란스러운 학기 첫날을 보냈다. 이날 서울 아현동 소의초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2학년의 자녀를 둔 어머니 허모(39)씨는 9시 등교제를 “대혼란 그 자체”이라고 표현했다.

허씨는 “직장 출근시간은 8시 반이라서 그동안 7시 반에 학교 셔틀버스에 태워왔는데 이젠 30분 늦춰진 시간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며 “9시 등교제가 가능하려면 부모들의 출근시간도 함께 늦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유모(46ㆍ여) 씨는 “직장에 가는데 1시간 15분이 걸려서 그동안에도 애들이 자고 있을 때 나와야 했는데, 등교시간이 9시로 늦춰져 더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라고 불안해 했다.

9시 등교로 일과 시작 시간이 늦춰져 결국 아이들의 취침 시간도 자동으로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


방배동 한 초등학교의 3학년 아이를 둔 아버지 박모(40)씨는 “9시 등교로 잠을 많이 자게 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금 사회분위기가 아이들을 잠을 많이 자게 해주는 분위기인가”라며 “근본적으로 사교육을 줄여야 저녁에 일찍 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컨설팅 업체에 근무하는 박모(36ㆍ여)씨는 “9시 등교로 직장에 유연근무제를 신청했는데, 퇴근 시간이 늦춰져 결국 아이를 억지로 학원에 보내는 꼴이 됐다”며 “9시 등교는 맞벌이 부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 같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방모(39ㆍ여) 씨는 “학부모들끼리 아침 특별수업을 만들어 아이들이 미리 학교에 가서 자습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딴 애들에 비해 일찍 학교에 있으면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들 텐데 이런 모습을 상상만 해도 너무 싫다”고 밝혔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원모(41ㆍ여)씨는 “회사 때문에 집에서 8시 10분엔 출발해야 해서 다른 워킹맘 아이랑 함께 조금 일찍 등교시켰다”며 “근데 둘이 갈 곳이 없어 학교 부근에서 방황할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저린다”고 말했다.


9시 등교제를 결정하는 과정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대기업 종사자로 첫째 아이를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최모(38ㆍ여) 씨는 “학교측에서 작년 11월에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학부모들의 반대가 많았는데도 그대로 결정했다”며 “공청회도 열렸다고 하는데 워킹맘들이 어떻게 거길 참가하겠나. 전업주부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된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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