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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난화가 가져온 재앙…에스키모 400명 집단訴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미국 동북부 알래스카 해안에 실낱처럼 붙어 있는 작은 섬 ‘키발리나’. 이 섬에 사는 이누이트족 400여명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이주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침식이 빨라지고 강풍에 마을이 그대로 노출되는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육지로 이어지는 이 마을의 도로는 이미 완전히 끊긴 상태다. 거친 파도와 차가운 바다물이 집 근처까지 차올랐다. 바다표범들을 사냥하며 몇 대에 걸쳐 삶의 양식을 지켜온 주민들은 사냥도 어려워졌다. 섬의 가장자리에서 방파제 역할을 하던 해빙은 사라졌고 바다 한복판에 아슬아슬하게 집들이 놓여졌다.

지난 18일 샐리 주웰 미국 내무장관은 키발리나를 방문해 “이 마을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내무장관이 키발리나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바다 한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집들이 놓여있는 최근 키발리나 섬의 모습 (국제단체 ‘세계정의프로젝트’ 제공)

주웰 장관은 마을을 돕기 위해 8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마을을 위해 의회에 5040만 달러의 지원금을 요청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는 승인되지 않고 있어서다.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는데 드는 비용이 최소한 1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보다 턱없이 부족한 비용마저도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편 주민들은 환경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엑손모빌, 셸 오일 등 20여개 정유ㆍ석탄업체 등을 상대로 마을 이주비용으로 4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낸 바 있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도 미 8개 주와 뉴욕시의 검찰이 공동으로 온실가스 생산에 책임이 있는 5개 정유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지구 온난화 피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가 증폭됐다고 보고 에너지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키발리나 주민인 콜린 스완은 “언제든 대피할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다”며 “누구도 이 마을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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