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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난아이 버려도…처벌은 고작 벌금형
초범·미혼모등 정상참작
대부분 실형보다 집행유예…‘비정한 부모’ 양산 부채질


갓 태어난 아이를 비닐봉투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커피숍에 놔두고 도망가고….

우리 사회에 갓난아이를 버리는 비정한 친부모들이 끊이지 않는 데는 법원의 가벼운 처벌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형법 제272조는 영아유기죄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에선 실형보다 집행유예나 벌금이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영아유기죄로 기소된 피고인 중 많은 수가 초범이거나 미혼모라는 이유로 참작되기 때문이다. 피고인의 나이가 어릴 경우에도 참작 가능하다.

지난 2012년 A(당시 19세ㆍ남) 씨는 보육비와 생활비가 없다는 이유로 생후 5개월 된 아이를 집에 두고 가출해 영아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만원이 선고됐다. A 씨의 나이가 어려 기회를 주는 게 적절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또 B(32) 씨는 지난 2010년 4월 주점 화장실에서 헤어진 남자친구의 아이를 낳았다. 직업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가족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웠던 B 씨는 휴지로 아이를 감싸 쓰레기통에 버렸다.

법원은 B 씨에 대해 “연령이나 학력에 비춰 범행의 결과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이 밖에도 2007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남자를 만나 임신한 뒤 모텔에서 출산한 아이를 버리고 간 미혼모 C(당시 21세) 씨에게는 벌금 100만원만 선고됐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영아를 버림으로써 해가 가해졌는지 여부가 양형의 변수가 된다”면서 “버린 아이가 숨지는 경우엔 영아유기치사 또는 영아살해(살인) 혐의가 적용돼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대상으로 한 영아살해죄의 법정 최고형은 10년으로 살인죄보다 가볍게 처벌한다”면서 “최근 ‘울산 주유소 영아유기 사망 사건’에서 검찰이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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