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 북한으로 망명을 시도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저우 전 상무위원은 장성택 북한 노동당 전 행정부장과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 주석의 밀담을 북측에 누설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체포전 북한으로 망명하려다 실패했다고 다지위안이 트위터 등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장성택 전 행정부장은 지난 2012년 8월 베이징을 방문해 후진타오 전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으로 대체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후 전 주석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회담에는 중국 측 통역만 배석했다.

문제는 이 내용이 저우 전 상무위원을 통해 북한에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성택 전 행정부장은 처형됐고, 북한군 내 친중파도 전멸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탈출한 한 군내 인사가 중국에 저우융캉의 기밀 누출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2011년 김정일 사후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2012년 중국 방문 때 류훙차이 북한주재 중국대사를 대동하며 국가 원수급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이로부터 1년 4개월 후인 2013년 12월 8일 북한 당국에 전격 체포돼 나흘 후 서형 선고를 받고 처형됐다.

다지위안은 저우융캉의 기밀 누설로 장성택이 처형됐고, 이후 중국과 북한 관계도 나빠졌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신문 보쉰 역시 홍콩 주재 기자가 소식통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이같은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 이를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5일 저우융캉이 기밀누설과 거액의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실각됐을 때 해외 언론들은 기밀누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영국 언론은 저우 전 상무위원이 외교나 국방 관련 기밀을 누설했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북한 또는 일본과 관련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저우융캉과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 부주석 등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계파는 북한 고위층과의 긴밀한 관계를 자랑해왔다.

저우융캉은 지난 2010년 10월 9일~11일 중국대표단을 이끌고 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 행사에 참석했을 때 사흘동안 4차례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만났고 후계자인 김정은도 만났다. 특히 방중 이틀째인 10일 열린 군사퍼레이드에서는 김정일이 그의 손을 잡고 대중을 향해 손을 흔들어 막역한 관계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쩡칭훙 역시 김정일과 각별한 사이였다. 2001년 3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방북 준비차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로부터 최고의 대접을 받았으며, 김정일과 쩡칭훙의 사진이 나란히 담긴 기념 우표가 출시되기도 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