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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운명 ‘철녀’ 메르켈 손에…
獨, 가교프로그램·자금연장 막후 반대
EU회담서 “구제금융 수용” 치프라스 압박
그리스 개혁안 미진땐 ‘돈줄 차단’ 칼자루
협상 실패땐 ‘유로존 분열 주도’ 비난 부담



“모든 것이 메르켈<사진>에 달려있다.”(제임스 갈브레이스 교수)

그리스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과의 협상을 통해 가까스로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하면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승리’를 선언했지만 실상 칼자루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쥐어져 있다는 평가다.

독일은 막후에서 초지일관 강경한 태도로 그리스의 ‘가교 프로그램’과 자금지원 6개월 연장안에 반대하면서 이번 협상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리스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4개월 연장했다고 하나, 채권단이 23일(현지시간) 그리스가 제출하는 구조개혁안을 평가하고 이를 통과해야 대출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순차적 자금지원도 개혁안의 이행 여부에 달려있어 치프라스 총리로선 메르켈 총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22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 20일 타결된 구제금융 협상과 관련,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대다수가 독일 주도의 채권국들이 요구들을 따르고 있었다며 치프라스 총리의 패배라고 평가했다.

치프라스 총리 스스로도 “긴축재정과 구제금융의 끝을 보고있다”면서도 “우리는 전투에서 이겼지만 전쟁에서 이긴 것은 아니다. 진짜 어려움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의 뚝심은 빛을 발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그리스의 운명이 앙겔라 메르켈의 손에 달려있나?’며 진보 경제학자인 제임스 갈브레이스 미국 텍사스대 린든존슨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의 말을 통해 독일이 이번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음을 전했다. 갈브레이스 교수는 저명한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의 아들로 하버드, 예일, 캠브리지대를 다녔으며 이번 협상에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을 도왔다.

갈브레이스 교수는 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독일 재무장관으로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부총리로부터는 대화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메르켈로부터는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며 “우리는 그가 필요할때까지 대화를 나누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고, 그들은(독일) 가능한 강경하게 나가 최후의 순간에 하나만 양보하며 둘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협상은 침묵으로 일관한 메르켈 총리와 그의 참모진이 만든 합작품인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3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치프라스 총리에게 구제금융 수용에 대한 입장을 20일까지 결정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그리스가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일부 조건을 양보하고 자금지원 6개월 연장안을 협상테이블에 들이밀었을때도 단호히 이를 거부하면서 그리스를 절박함으로 내몰았다.

그리스와 독일이 신경전을 이어간 가운데 치프라스 총리는 협상 막판까지 메르켈 총리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포천은 교착상태를 깨기 위해서는 이같은 (정치ㆍ외교적)책략에서 벗어나기에 충분한 앙겔라 메르켈과 같은 강력한 지도자의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며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로존 붕괴’는 여전히 메르켈 총리의 약점으로 꼽힌다. 갈브레이스 교수는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의 분열을 주도하는 인물이 되기를 원하는가”란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그의 딜레마를 요약하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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