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본회의 처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새누리당의 단독 처리 불가 방침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름발이 국회가 될 것”이라며 향후 국회 일정까지 보이콧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정국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완구 정국으로 형성된 여야 극한 대결 전선은 꽃피는 춘삼월에도 이어지며 서릿발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총리 임명 이후 뒤따를 후속 개각과 이로 인한 신임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부터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민에 뜻’에 따르는 총리 임명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그는 “총리 임명 문제의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는 국민의 뜻”이라며,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후보자를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당초 문 대표가 제안한 여론조사를 통한 결정 주장을 거듭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아달라”며 반대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16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새누리당과 ‘부적격’ 인사임을 강조하며 임명 반대와 함께 자진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날 오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사진)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각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이길동 기자/gdlee@heraldcorp.com

사실 새정치연합은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 여부를 떠나 여당의 ‘단독 처리’ 방식에 대해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것은 국민과 싸우는 정치하겠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국민 뜻과 반대로 강행처리 한다면 그 이후에 벌어질 모든 정치적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다”고 압박했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당 단독처리 할 경우 향후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국회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여야 합의 존중해 이행되는 모습을 국민들에 보여줘야겠다”며, 이날 본회의 처리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 자리에선 유승민 원내대표도 “의원 전원이 참석해서 반드시 표결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단독 처리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야의 대결 분위기 속에 예상되는 이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처리의 후폭풍은 음력설 연휴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청와대는 이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 이후에 개각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해양수산부, 통일부, 국토교통부 등의 개각이 이뤄질 경우 신임 장관 내정자들의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야당의 보복성 공격이 뒤따를 수 있는 자리이다.

또 당초 새정치연합 측에서 요구한 음력설 이후 임명동의안 처리 요구가 수용되지 않고 여론조사 방안도 수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활성화 법안 등에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유효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국정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새정치연합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박도제ㆍ김기훈ㆍ박수진 기자/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