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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역 10년 만기출소…소년범 다시 법정에
2000년 택시기사 살해혐의 15세
출소후 공소시효 앞두고 재심청구…물증부족·새 목격자 등장등 주목


2000년 8월 16일 새벽 4시 40분 전북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최모(당시 15세)군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최 군은 이날 새벽 2시 8분께 인근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사건을 맡은 익산경찰서는 다방 배달 일을 하던 최 군이 택시 앞을 지나가다가 택시기사로부터 욕설을 듣자 흥분해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칼로 기사를 살해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피의자 진술서에는 최 군이 일하던 다방에서 범행도구로 사용된 부엌용칼이 나왔다고 돼 있다.

구체적인 물증 없이, 정황증거와 최 군의 자백만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 군은 1심에서 징역15년, 2심에서 5년이 감형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당시 최 군은 1, 2심에서 각각 공익법무관과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

이후 최 군이 수감 중이던 2003년 6월 군산경찰서가 제보를 받고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해 진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검거했다.

진범 추정 인물과 그를 숨겨 준 친구의 진술에는 “부탄가스를 흡입하고 소지한 칼로 택시강도를 하려다가 기사를 살해했다”는 진술과 “범행을 저지르고 온 친구를 숨겨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때도 구체적인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고, 진범 추정 인물과 그의 친구는 진술을 번복해 결국 이들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 종결됐다.

15세 소년이던 최 군은 만기 출소한 2010년 가을,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박준영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박 변호사는 사건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을 집중 파고 들었다.

이미 진범 추정 인물들의 자백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이 택시 타코미터로 추정한 범행시각이 당일 새벽 2시 8분께였는데 당시 최 군의 통화기록(새벽 2시 5분, 9분)을 대조한 결과 범행 1분만에 전화를 걸 수 있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또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최 군과 택시기사 간에 실랑이도 없었다.

무엇보다 택시기사를 칼로 10여 차례 찌르는 동안 범인에게 혈흔이 남기 마련인데, 최 군에게선 어떠한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최 군은 2013년 4월 광주고등법원에 새로운 목격자의 등장, 범행 시간의 의문, 강압에 의한 허위자백 등의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다.

결국 사건발생 14년 6개월이 흐른 10일 최군은 광주고법 301호 법정에서 재심개시 여부를 심문하는 자리에 섰다.

이날 법정에서 최 군을 대리하는 박 변호사는 “통상 재심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은 서면심리를 하나, 이 사건은 특별기일로 심문기일을 잡았다”며 “15년이 지나서 법원이 최 군을 다시 법정에 나오라고 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8월 9일 종료되는 만큼 재심 결정이 난다면 최 군은 뒤늦게나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최 군이 14년여동안 자신을 옥죄던 살인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재심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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