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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가전 프리미엄 전략은 국내업체에 毒?
가격 비슷 소비자 수입제품 선호
외국제품 두자릿수 매출 신장…청소기등 내수시장 급속 잠식


국내 기업들이 고가 프리미엄전략을 펼치면서 고급 수입브랜드의 내수시장 빗장도 빠르게 풀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산 제품의 가격대가 비슷해지자 차별화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고급 수입제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서다. 자유무역협정(FTA)도 고급 수입브랜드들에게는 호재가 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자칫 섣부른 프리미엄전략은 기술력과 브랜드파워에서 열위에 처한 국내 기업들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ㆍLG전자는 2013년 하반기부터 50만~140만원대 청소기 제품을 내놓고 프리미엄시장을 공략했다. 그런데 밀레와 지멘스도 2013년 6월부터 2014년 6월까지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20%, 15% 늘었다. 일렉트로룩스는 2014년 하반기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49.27% 급증했다. 청소기전문업체 다이슨도 지난해 전년대비 50% 가까운 판매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업체들이 200만원대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은 세탁기 시장에서도 밀레 등이 2010년 이후 매년 10~15%씩 매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시장도 유사한 선례를 겪고 있다. 같은 값이면 현대차 대신 BMW를 타겠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최근 수입차업체의 파상공세로 70%를 웃돌던 현대ㆍ기아차의 승용차시장 내수 점유율은 지난 1월 60.7%까지 뚝 떨어졌다.

밀레와 지멘스, 일렉트로룩스 등 외산가전 3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두자릿수로 높여잡았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기세를 잡은 수입차 업체들이 신차 출시가격을 낮춰 잡으며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의 섣부른 프리미엄전략이 외국 업체들에 내수시장을 잠식하는 기회를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력과 그에 걸맞는 가격을 가진 글로벌브랜드는 국내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들이 비슷한 가격이라면 브랜드와 기술력으로 정평이 난 외산 제품을 선택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전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셀링포인트(selling point)와 마케팅에 집중해 제품 출시를 자주 하는 편이다. 이는 가격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외산 업체들은 제품 출시는 빈번하진 않지만 핵심기술력을 집중보완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구한다.

수입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높은 가격에 대한 거부감은 낮아지고 기술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다”면서 “한국 소비자들은 기술 이해도가 높고, 수입브랜드에 거부감이 없어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성향”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랜 기간 국산제품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과 차별화를 원하는 욕구 등이 수입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산 제품이 가격대비 성능에서 수입 제품 못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맹목적인 해외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도경·천예선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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