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세금부담 증가 속도가 소득의 2배에 달해 체감 세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1만4334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다.

반면 가계의 월평균 조세 지출액은 올해 같은 기간 15만4276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8606원) 늘었다.

조세지출액에는 근로소득세ㆍ재산세ㆍ사업소득세는 물론 부동산세ㆍ자동차 취득세 등이 들어간다. 하지만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등 간접세는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간접세를 포함할 경우 실제 가구의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가계의 세금 부담은 2010년부터 5년 연속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세율 조정과 감면액 축소 등을 통한 실질적인 증세가 가계 소득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된 셈이다.


2010년 가계 소득(전년비)이 5.8% 늘어날 때 조세 지출액은 11.5% 증가해 조세 부담의 증가속도가 소득보다 2배나 빨랐다.

2011년에는 가계소득이 5.8% 늘어난 반면 조세 지출액은 8.9% 증가해 3.1%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2012년에는 소득증가율 6.1%, 조세증가율 8.5%로 그 차이가 2.4%포인트로, 2013년에는 소득증가율 2.1%, 조세증가율 2.8%로 차이가 0.7%포인트로 줄어드는 듯했으나 작년 1~3분기에 다시 2.3%포인트로 확대됐다.

2003년만 해도 월평균 7만1129원이던 가계의 세금 부담은 10년 만에 2.2배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가계 소득은 1.6배 증가에 그쳤다.

세금뿐 아니라 연금과 사회보장 지출도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작년 1∼3분기 가계의 월평균 연금 지출은 12만1447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 증가했다.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 지출액은 11만5213원으로 7.2% 늘었다. 3% 중반대인 가계 소득 증가율보다 크게 높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진으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정체한 가운데 세금과 각종 연금 등 보장성 지출이 늘어나면 가계 소비를 더 위축시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임금 향상 등 가계소득 증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