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신임 지검장에게 ‘여성 1호’란 타이틀은 낯선 게 아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법무부 과장(여성정책담당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공판2부장ㆍ형사7부장), 차장검사(고양지청), 지청장(천안지청장) 등 거쳐가는 곳마다 여성 최초라는 기록이 따라붙었다. 2013년 12월 정기인사 땐 여검사 최초로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까지 달았다.
이런 그가 제주지검장으로 발탁된 것은 굳건하던 검찰 조직의 ‘유리천장’을 깨뜨린 상징적 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여검사 수가 전체의 4분의 1인 530명에 달할 정도로 많아지면서 남성 위주였던 검찰 조직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특히 ‘브로커 검사’, ‘해결사 검사’ 등 검사 비위ㆍ비리 추문이 잇달아 터지며 추락한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조 신임 지검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더구나 그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음란행위로 물의를 빚고 물러났기에 이런 분위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8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는 “(검찰에) 많이 실망하셨을 것 같다.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검찰 비리를 다룬 드라마 ‘펀치’를 언급하며 “검찰에 대한 오해가 크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이 잘못한 것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조 신임 지검장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검찰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제주지검)구성원들과 소통해 애로사항이나 문제를 발굴하고 신속히 해결하고 보완해 나가겠다”면서 나중에는 “주민들과 소통하는 분위기도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전문화에 대한 의지도 남다르다. 법무부는 2013년 12월 검사 전문화 제도를 도입하고 37개 분야에 커뮤니티를 개설해 검사들의 노하우를 공유케하고 있다. 조 신임 지검장은 “제주 실정에 맞게 따로 공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면서 “도민들이 법질서나 치안에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힌다.
아울러 성범죄와 아동폭력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그는 “피해자 입장에서 한번 더 살펴보라고 강조하겠다”면서 “전문가 입장을 경청하거나 증거 수집 능력도 놓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조 신임 지검장은 여검사들의 ‘맏언니’로서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여검사 수가 많아지면서 우수한 인력이 늘고 스펙트럼도 다양해졌다”면서 “출산 등 중간에 힘든 일이 있어도 용기를 내고 성실히 노력해서 ‘리더’로서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