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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한 불부터 끄자…朴 인적쇄신 로드맵 밝힌 속내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개각ㆍ청와대 개편 등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12일 예상) 뒤에 하겠다는 속내를 밝혔다. 지난 8일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서다. 인적쇄신 시기와 관련한 로드맵을 전한 건 이례적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지형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완구 카드’가 흔들리고 있다. 병역 기피의혹, 의문스런 재산형성 과정에 이어 언론통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발언까지 공개되면서 그의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낙관하기 힘든 국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인적쇄신의 시점을 ‘총리 인준 이후’로 못박은 것이다.

겉으론 ‘책임총리제’ 구현이라는 절차를 지키려는 의도다. 헌법엔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총리가 행사토록 규정하고 있다. 조금 더 뜯어보면 여당인 새누리당에 ‘이완구 엄호’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분석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당 대표로 문재인 의원이 선출됐고, 야당에선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불가’ 의견이 분출하고 있어 청와대로선 여당의 지원사격을 요청한 셈이다.

개각 실패 확률을 줄인다는 측면에선 박 대통령이 잡은 개각 시점은 ‘양수겸장’의 성격도 갖고 있다. 지난해 생긴 ‘문창극 트라우마’ 때문이다. 당시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준 절차가 있기에 앞서 정홍원 총리와 협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한다는 외형을 갖췄다. 이후 청와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7개 부처 개각 명단을 발표했지만 문 후보자는 지명 14일만에 낙마했고, 개각 대상자 중 김명수 교육부 장관ㆍ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각종 의혹으로 사퇴해야 했다. 총리 인준 전에 덜컥 개각을 발표해 스텝이 완전히 꼬였던 것으로, 이번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차를 지키겠다는 뜻이 읽힌다.

개각의 폭과 관련, 청와대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해 소폭이 될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간 개각 전망이 ‘3개 부처→최대 6개 부처’로 널을 뛰듯 바뀐 데 대해 마침표를 찍은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소폭 개각’ 방침을 밝혔으나 국정 지지율이 지속 하락한 탓에 개각의 폭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측이 불어나자 교통정리를 한 걸로 풀이된다.

특히 ‘비박(非朴ㆍ비 박근혜계)’ 일색으로 꾸려진 새누리당 지도부엔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걸로 보인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비서실장과 비서관 몇 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면서 인적쇄신의 폭을 넓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실제로 소폭 개각을 발표하면, 인적쇄신을 둘러싼 당청간 신경전이 지속될 수 있는 불씨가 남겨지는 것이다.

인적쇄신의 상징처럼 돼 버린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거취와 관련해선 퇴진은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후임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청와대가 “(청와대 인적쇄신에 비서실장이 포함)되는지 안되는지 그 때 봐야 알 것”이라고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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