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인터내셔널섹션］세계의 ‘검은 돈’이 미국 뉴욕의 주거용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부동산 구매 때 자금 출처를 묻지 않도록 한 규정 때문으로, 석유회사가 소유주로 돼 있거나 러시아, 콜롬비아, 중국 등 정부 관료나 관료 주변 사람들이 소유주인 경우 ‘검은 돈’일 가능성에 이 신문은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뉴욕에서 500만 달러(약 54억 5000만 원) 이상에 매매된 주거용 부동산의 54%는 석유회사에 팔렸다면서 석유회사 명의의 고액 부동산 매입이 특이할만 하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특히 2008년에 39%였던 것과 비율이 6년 새 15% 포인트나 높아졌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

고액 주거용 부동산별로는 센트럴 파크와 가까운 ‘원 57’의 소유자 중 77%가 석유회사이고, ‘더 플라자’ 소유자의 69%도 석유회사라고 강조했다. 또 타임워너센터 콘도미니엄의 64%, 트럼프 인터내셔널과 블룸버그 타워 주거시설의 각각 57%도 오일 회사라고 사례를 들었다.

뉴욕타임스는 고가의 주거시설을 산 석유회사는 실제 구입자를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2010년 타임워너센터 74층 콘도미니엄을 1565만 달러(약 170억 6000만 원)에 산 석유회사는 러시아의 전 상원의원이자 은행가인 비탈린 말킨의 가족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말킨은 범죄조직과의 연관성이 의심돼 캐나다가 입국을 금지한 인물이다.

타임워너센터의 3개 콘도미니엄은 ‘COLUMBUS SKYLINE L.L.C’라는 이름의 석유회사가 가지고 있는데, 이 회사는 평판이 안좋기로 소문난 중국 기업가, 왕 웬량의 가족이 소유한 석유회사로 드러났다.

개인 이름으로 고급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 중에도 금융사기 등 비리 가능성이 큰 인물이 많다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했다. 타임워너센터 콘도미니엄 소유자 중 최소 16명은 부정행위 등으로 체포됐거나 조사받았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자금 출처를 묻지 않도록 한 규정 때문에 변호사, 회계사, 중개업자, 주거시설 판매업자 등이 하나의 연결고리를 형성해 부동산을 매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