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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넥슨의 엔씨소프트 압박...결국 전면전으로 가나
“대주주 지위 이용한 경영 간섭” vs “주주가치 위한 정당한 권리”



[헤럴드경제]엔씨소프트(엔씨)의 최대 주주인 넥슨이 6일 공개한 주주제안서를 보면 국내 게임업체의 양대 산맥인 두 회사 간의 경영권 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가늠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넥슨이 엔씨에 주주제안서를 보낸 시점은 지난 3일.

지난달 27일 넥슨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 공시해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 가운데 양측 경영진은 물밑 협상을 계속해 왔다.

양사 경영진은 잇따라 만나 협업 체제 개선 및 주주 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넥슨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엔씨 측에 주주제안서를 서면으로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이 주주제안서는 엔씨의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기 6주 전까지 보내야 하는 정식 ‘주주 제안’은 아니었다. 일단 넥슨은 대주주로서 요구하는 사항을 전달하고서 엔씨의 반응을 보고 ‘주주 제안’을 포함한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공개된 주주제안서 내용은 최대주주로서 제안할 수 있는 요구 사항들이 상세하고도 적나라하게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사회 참여 요구다. 현재 엔씨의 정관상 이사 인원은 김택진 대표이사를 포함해 7명인데 넥슨은 조건부 이사 참여를 요청했다. 후임 이사나추가 이사 인원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 넥슨의 인사를 심겠다는 것이다.

다만 올 3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 대표 자리는 예외로 뒀다. 김 대표가 엔씨의 창업주로서 상징적 인물인데다 주주 대부분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재신임 여부를 묻는 것은 이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넥슨 관계자는 ”김 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물을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주주제안건은 ”새로 이사를 선임해야 할 경우가 발생하면 거기에 넥슨이 들어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넥슨은 그러면서도 김 대표의 특수관계인으로 연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비등기임원의 보수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김 대표의 부인으로최근 유럽북미법인 사장으로 승진한 윤송이씨의 경영권을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엔씨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일단 업계 분위기상 김 대표를 유임시키는 것이 대주주인 넥슨에게도 유리하다고 봤을 뿐 실제 3월 주주총회에서 이뤄질 김 대표의 재신임 투표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엔씨 측에서 가장 거부반응을 보이는 주주제안 사항은 두 가지다.

먼저 엔씨의 8천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차례로 매각하라는 요구인데 이는향후 투자 자원의 씨를 말리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최근 KG이니시스의 핀테크 사업에 투자한 비용도 이 ‘곳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엔씨 관계자는 ”삼성동 건물은 엔씨에게는 상징적인 장소인데다 현재 투자 수익률도 6%나 돼 괜찮은 상황“이라면서 ”전체 맥락을 다 무시하고 당장 넥슨을 비롯한 주주의 단기적 수익을 위해 엔씨의 현금 자산을 팔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넥슨이 주주제안서에 명시한 협업 강화 방안이다. 넥슨이 슈팅게임 협업 방안으로 예를 든 ‘MMX 프로젝트’(가칭)가 엔씨의 핵심 가치인 기술 개발력마저 공유하려는 술수라고 엔씨는 주장한다.

엔씨 관계자는 ”넥슨의 제안은 최대주주 지위를 이용한 부당 행위“라면서 ”협업을 빙자한 기술 개발력 유출이 우려되는 요구 사항“이라고 단정했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넥슨도 캐주얼 게임에 장점이 있는 만큼 퍼블리싱(유통)이 아닌 채널링 부분에서만 협업하자는 것으로 MMX프로젝트는 예로 든 사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넥슨은 이외에도 8.9%에 이르는 자사주 활용이 유명무실하므로 적정 수준을 소각하라고 제안했는데 이마저도 엔씨 측에서는 향후 ‘캐스팅 보트’로 활용될 자사주 존재를 이참에 없애려는 넥슨의 장기 전략으로 읽고 있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주주 가치 실현을 위한 대주주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대주주의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간섭이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 1, 2위 간의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도 이러한 명분 싸움을 축으로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정점은 내달 말 18번째로 열리는 엔씨 주주총회가 될 것으로 예상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로 이익을 빼내는 데 능숙능란한 넥슨과 대규모 온라인게임의 자존심과 전통을 이어가려는 엔씨가 서로 시너지를 내려면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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