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K 교수가 다시 한번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6일 서울 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준석 판사의 심리로 속개된 서울대 수리과학부 K(53) 교수에 대한 2차 공판에서 K 교수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제자 사랑을 잘못 표현해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줬다”며 “공소사실과 증거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K 교수 측은 피해자 중 이수희(가명) 학생에 대한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그 학생에 대해서는 시간이 오래 지나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도 “범행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개별 피해자들이 진술한 증거 조사를 통해 K 교수의 범행 방식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K 교수는 여학생들을 주로 강남의 와인바 등으로 불러내 술을 마시며 피해자들의 신체를 더듬거나, 헤어질 때 피해자들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깊숙이 포옹했다.
K 교수는 이 여학생들에게 “내겐 와이프가 1순위고 네가 0순위다”라고 말하며 여자친구처럼 대하고, 자리를 피하려는 여학생을 붙잡고 “어디서 좀 쉬었다 가자”고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또 술에 취해 여학생들의 입술에 뽀뽀를 하거나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심한 추행도 저질렀다.
하지만 K 교수는 범행 다음날이 되면 피해 여학생들에게 “기억이 없지만 미안할 일이 있었으면 미안하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범행을 무마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K 교수가 지도교수로 있던 교내 동아리에서는 ‘K 교수에 대한 대응 수칙’까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피해자들은 지도교수인 K 교수의 권위가 두려워 강력하게 대응하지는 못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K 교수는 지난해 7월 28일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데리고 있던 대학원생 A 씨를 무릎에 앉히고 가슴과 엉덩이를 더듬는 등 2008년부터 지난 7월까지 제자 9명을 11차례에 걸쳐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K 교수는 주로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원생과 자신이 지도교수로 있던 동아리의 학부생을 상대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K 교수에 대한 3차 공판은 다음달 18일 오후 3시30분 북부지법 401호 법정에서 형사9단독 박준석 판사의 심리로 속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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