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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무와 열정 사이…김채원의 여자들
“끝없이 참 이상해. 살아나가는 일이.”(‘서산 너머에는’) “그러나 자신은 왜 어머니 같지 않은지 알 수 없다. 아이가 자신을 엄마라고 불러 어머니로 만들어주고 있음에도 어머니 같지 않았고 그것과 똑같은 이유로 인간, 여자, 아내, 연인, 그 아무 것에도 그 이름이 적합지 않음을 느낀다”(‘등 뒤의 세상’)

허무와 열정 사이 닿지 않는 지점을 향해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작가 김채원이 11년 만에 신작 소설집 ‘쪽배의 노래’(문학동네)를 냈다.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소설 속 여자들은 특별하진 않지만 삶의 기미들에 예민하다. 일상을 처리하고 일상을 걷지만 어느 순간 일상의 틈새로 빠져나가 다른 시공간을 부유한다. 


김채원 소설 세계를 특징짓는 여성인물의 자의식은 이번 소설에서도 강렬하다. 늘 한발 비껴 서 있는 것 같이 불안한, 자기 삶의 토대를 확신할 수 없어 한다. 자신의 전 존재를 던지고 싶어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에 망설인다.

행복을 위장하는 대신 불안에 몸을 맡기고 자신만의 방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응원하게 되는 건 ’그 여자’들이야말로 우리 모습이기 때문일 터다.

이번 작품집은 작가의 영원한 초상이자 전폭적인 이해의 관계였던 언니, 소설가 고 김지원의 타계 2주년을 맞아 나와 애틋함을 더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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