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500의 매력 포인트는 역시 터치 패널입니다. 뷰파인더를 보기 전까지는 미러리스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패널 조작 옵션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별도의 버튼이 없어도 아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메뉴 선택부터 초점, 촬영까지 모든 기능을 지원합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과 DSLR의 장점을 적절히 섞은 셈이죠.
상단의 라이브뷰(Lv) 레버를 당기면 광학식 뷰파인더가 닫히며 액정 모니터로 전환됩니다. 뷰파인더를 사용할 때는 좌측의 터치조작 방지 온ㆍ오프 잠금으로 오작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라이브뷰 촬영의 속도는 평범한 수준으로, 미러리스보다는 확실히 느립니다. 셔터가 닫히고 열리는 소리의 시간차 탓에, 소리만 들으면 두 번 촬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뷰파인더를 보며 셔터를 누르면 ‘찰칵’, 라이브뷰 터치 셔터는 ‘찰칵 철컥’ 소리를 들을 수 있죠. 반면 전자음이 나는 미러리스와는 달리 DSLR에 걸맞는 셔터음은 여전히 상쾌합니다.
스마트폰을 연동하면 연출이 더 다양해 집니다. 마치 렌즈형 카메라를 다루듯 스마트폰 액정을 통해 피사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초점과 촬영 조작이 가능해 셀프촬영, 가족사진, 야간촬영 등이 편해집니다. 와이파이 연결때마다 메뉴 안에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펑션(Fn) 키 설정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펑션 키가 하나인 점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니콘 연동 앱의 명칭은 ‘와이어리스 모바일 유티리티(Wireless Mobile Utility)’며,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검색어 ‘Nikon’으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슈팅 성능은 중급기 수준으로 훌륭한 편입니다. 감도가 높아져 광량이 부족한 곳에서도 유리하죠. 하지만 열화현상을 피하려면 ISO 3200 이하로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스냅샷 크기의 인화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포스팅을 위한 촬영물이라면 ISO를 최대로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그만큼 고감도 저노이즈 성능은 훌륭하다는 의미입니다. 자동 화이트밸런스와 색감은 채도나 대비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즉 필름 같이 편안한 결과물을 뽑아줍니다. 여기에 HDR과 D-라이팅 기능은 다소 환한 배경을 피사체와 조화되도록 도와줍니다.
감도를 비롯해 AF 설정, 조광ㆍ노출 보정 등은 엄지에 위치한 방향키 위의 ‘i’ 버튼을 통해 쉽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감도 지원 범위는 ISO 100부터 25600로, 일반모드에서 ISO 12800까지 지원하던 D5300보다 한 스텝 상승했습니다. 오토포커스 측거점은 총 39개. 동영상은 풀HD(1920x1080) 해상도에 60프레임을 지원합니다. 여기에 팝컬러, 고선명, 포토 일러스트 등 이펙트 모드가 추가됐습니다. 기대했던 GPS가 누락된 것은 아쉽습니다.
‘패밀리 카메라’라는 애칭은 터치 패널 뿐만 아니라 정확한 오토(AUTO) 모드에서 비롯됩니다. DSLR을 사용해보지 않은 초보자라도 오토 모드에서 플래시 발광 금지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전문가급 사진을 뽐낼 수 있습니다. 인물 모드에서는 밝기나 자동 초점을 보디가 알아서 판단해 움직임이 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담기에도 적합합니다. 약 4.5단계의 손떨림 방지도 실내 촬영을 효과적으로 도와줍니다. 피사체와 주변부의 대비를 이용해 초점을 맞추는 컨트라스트 AF 속도도 전작보다 더 빨라져 불편함이 없습니다.
한계는 외관편에서 지적했던 표준 줌 렌즈에서 비롯됩니다. AF 속도나 선예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소음과 다소 어두운 조리개는 사용하는 내내 20%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째깍 스르륵 스르륵~’ 동영상을 찍으면 민망할 정도로 크게 녹화됩니다. 기자는 보유하고 있던 Fx 포맷 니콘 단렌즈, 시그마의 광각렌즈를 사용하는 편이 만족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렌즈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보디만 구매하고 렌즈는 별개로 선택하는 것도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니콘은 오래전부터 ‘팀 킬(Team Kill)’ 모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작은 업그레이드를 통해 큰 효과를 얻는 동시에, 이전 모델의 존재가치를 크게 감쇄한다는 것이 다수설이죠. 터치 패널과 소소한 업그레이드만을 한 D5500의 효과 역시 D5300을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기능 하나만으로 완전히 다른 카메라가 된 셈입니다. 일각에선 D5500 발표 직후부터 D5300의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시각을 달리하면 선택권이 넓어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편의성만 포기한다면 같은 사양의 카메라를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니 말이죠.
이달 출시되는 D5500 렌즈 킷 가격은 99만8000원입니다. 80~60만원대에 형성된 D5300 렌즈 킷 패키지의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기술 속도에 맞추느냐 눈높이를 낮추느냐’의 문제죠. 소유 혹은 재판매의 기준도 제품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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