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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유재훈]글로벌 주민등록번호의 탄생
지난해 개인정보의 대량 유출사태로 정보유출에 책임있는 회사들보다 더 억울하게(?) 고초를 겪은 것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제도인 것 같다.

주민등록번호는 소위 ‘김신조 청와대 침투사건’ 이후 간첩 활동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1인당 국민소득 2백불 정도인 시절에 만들어진 코드체계다.

그럼에도 반세기 이후의 정보화시대를 예견한 듯이 장기적인 안목의 설계가 되어 있어 그동안 국가 행정서비스의 근간으로 활용되며 경제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측면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개인식별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제도처럼 법인에 대하여 그리고 국내용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는 시기가 도래했다.

그 시작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부터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로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로 세계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형태의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은 바 있다.

미국 부동산 가격하락에서 촉발된 금융부실은 파생금융상품과 결합되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대된 것이다. 소위 월가의 탐욕이 지구촌을 금융위기로 몰아갔지만 각국의 금융감독당국은 위험에 노출된 거래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어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금융감독당국이 거래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주요 원인은 증권화, 유동화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던 파생상품 특성도 있지만 금융기관과 그 거래상대방을 식별하는 기호를 각 금융기관마다 달리 사용한 탓에 개별 금융기관이 세계 여러 나라에 걸쳐 투자한 거래내역 집계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각 금융기관마다 거래 상대방의 식별기호를 각각 다르게 사용하는 것은 금융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차명이나 무기명 거래를 파악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서 총괄적인 거래내역 파악이 어려웠다. 특히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금융거래를 하는 거대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이러한 위기 인식하에 2011년 프랑스 깐 G20 정상회의는 국제금융시장의 위험관리 모니터링시스템 국제공조를 위해 글로벌 법인식별기호(LEI : Legal Entity Identifier)라는 것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LEI는 전 세계에서 금융거래를 하는 모든 법인은 물론 펀드와 같은 투자기구에게 고유의 식별코드를 부여하여 어느 나라에서 거래하든지 집계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개인에게 부여한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인식표를 전 세계 법인에게 부여하는 셈이다.

2012년 11월 미국부터 LEI 발급이 시작되어 이후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4만개의 LEI가 발급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계속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올해 1월 27일부터 레이크(LEI-K)라는 이름으로 발급을 시작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4번째, 세계에선 23번째다. LEI는 아직까지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보고에 사용되고 있지만 점차 일반 증권거래, 은행거래와 국제조달 등 광범위하게 용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LEI발급서비스는 유료 서비스로서 어느 나라 발급기관에서나 LEI코드를 발급받을 수 있어 국제경쟁도 예상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LEI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면 아시아 리딩 LEI발급기관으로서 외국법인과 투자기구에 코드를 발급하여 LEI코드에 관한 아시아의 중심지가 될 수도 있고, 개도국에게 한국의 우수한 IT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LEI시스템과 노하우를 수출할 수도 있다.

전 세계의 금융과 증권시장은 점점 표준화를 거쳐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한국도 법인정보의 호수인 ‘레이크(LEI-K)’를 통해 그 대열에 당당히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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