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합류…黨지도부 비박 일색
서청원 “우리 모두 새누리 정권”
청와대·정부 향한 공세에 우려


당 지도부는 아니라고 손사래 치고 있지만, 안팎에서 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유승민 원내대표-원유철 정책위의장 취임 이후 새누리당 비박계 지도부의 ‘친박’ 색깔 빼기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같은 기류는 전날 유 원내대표가 원내수석부대표에 ‘친이계’ 재선인 조해진 의원을 내정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정무비서관을 지낸 조 의원은 17대 대통령 당선인 부대변인, 한나라당 대변인,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 등을 지낸 당내 친이계 핵심인사로 꼽힌다.

유 원내대표 측은 “일을 잘하고 원내대표단과 소통이 잘 되는 게 계파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사감으로 공무를 할 분은 아니라는 확신했기 때문”이라며 조 원내수석부대표 내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새누리당 지도부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당 3역인 유 원내대표, 원 정책위의장, 이군현 사무총장에 더해 대야협상 선봉인 원내수석부대표까지 비박 일색의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이 같은 지도부 구성에 친박계의 불만이 극에 달하며 계파 갈등의 골 역시 한층 깊어지는 판국이다.

4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당무에 복귀한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은 새 지도부에 덕담을 건내며 “우리 모두는 새누리당 정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뼈있는 일침을 놓았다.

서 최고위원은 급격한 지도부의 비박화를 의식한 듯 “완급조절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며 “집권당이라는 것을 잊지말고 뜻을 함께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당정청은 칸막이없는 한 배다. 한쪽이 물이 새도 한쪽만 살겠다고 피할 곳도 방법도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정부를 향한 비박 지도부의 공세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는 가뜩이나 원내대표 경선 패배로 당내 위상에 큰 상처를 입은 친박계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냐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와 함께 당정관계 재정립 주장과 ‘증세없는 복지’의 재검토 논의가 여권의 이슈로 부각되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양상도 박 대통령을 서포트하는 친박계의 불만 중 하나다.

친박 일부에서는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박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 비서실장을 했는데도 이런 식으로 나오느냐”면서 “지금이 의원 내각제이냐, 원내대표가 대통령이냐”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급격한 ‘탈박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박계의 한 재선의원은 당 지도부가 비박계 일색으로 구성된 것에 대해 “너무 급격한 비박계의 공세에 친박계가 응전해 자칫 분란의 불씨가 커질 경우, 집안싸움을 바라보는 민심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며 총선을 앞둔 당내갈등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