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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회복에 역주행” 목소리 높다
정치권, 이번엔 대형마트 이어 아울렛까지 출점제한 논의
중소상인 살리기 명분 규제카드
발목잡힌 백화점업계 속앓이만
“지역사회와 공생 해법이 먼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고 무조건 (출점을)막으면 소비자 선택권까지 빼앗아가는 것이다.”(유통업계 관계자)

유통업계가 정치권의 ‘아울렛 출점 규제 강화’ 논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형 아울렛이 국내 소비의 한 트렌드로 자리를 튼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규제카드’부터 꺼내든 정치권을 향해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성급한 처사”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소비 부진으로 매출 정체 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백화점업계는 아울렛 출점제한 논의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임원은 “아울렛은 백화점 이월상품 등을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고, 업계로서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데 정치권이 발목을 잡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임원은 “동반성장 화두가 거세면서 전통시장을 육성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상황은 전통시장이 어려워진 교훈을 잊은 것 같다”며 “아울렛규제 논의는 경기회복에 관한한 ‘역주행’이라는 게 대부분의 평가”라고 했다.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성장판 닫힌 백화점업계, 속앓이만=내수 부진의 결과로 백화점 성장률은 몇해 째 제자리걸음이다. 2011년 11.4%에서 2012년 5.5%로 급감하더니 2013년에는 2.9%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백화점업계는 VIP, 중국인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며 부진돌파에 나섰지만 여전히 업계 성장률은 5%를 밑돌며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유통전문가들은 2015년에는 백화점업계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저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백화점업계는 아울렛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이른바 ‘스마트 쇼퍼’가 늘면서 쇼핑트렌드의 하나인 몰링(mallingㆍ쇼핑몰 내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과 합리적인 쇼핑을 결합한 대형 아울렛에 눈을 돌린 것이다. 백화점 출점 소식이 잦아든 동시에 신규 아울렛 오픈 소식은 줄을 이었다. 다행히 백화점은 정체상태지만 아울렛은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 중이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은 아울렛 사업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인천 항동과 경남 진주시,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등 세 곳에 아울렛을 낼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경기 김포시와 서울 장지동에 아울렛을 열고 신세계백화점 계열사인 신세계사이먼은 올 상반기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2배로 확장 개장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아울렛 출점 규제 논의가 나온 것이다. 정치권이 아울렛 출점제한 카드를 내놓은 것은 전통시장, 중소상인을 살려야한다는 명목과 관련이 크다.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종걸 의원의 대표발의로 현행법상 전통시장이나 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1km 범위에서 규정돼 있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을 2km이내로 확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겨우 새 성장 돌파구를 찾은 유통업계는 걱정이 태산 같다. A 아울렛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아울렛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로,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하물며 오픈식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경우들도 있는데, (아울렛까지)다 막아버리면 유통업계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뒤따르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 논란=세살 된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고 있는 주부 오지영(33) 씨는 백화점을 끊은지 오래다. 백화점 물건이 너무 비싸서다. 대신 주말마다 근교의 대형 아울렛을 자주 찾는다. 질 좋은 브랜드 의류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다. 이 씨는 “월급생활자들은 백화점에서 옷 사기가 어렵다. 그나마 아울렛이 있으니까 같은 브랜드라도 40~50% 할인받고 사 입는 것으로, 아울렛이 가진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얇아진 지갑에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더욱 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아울렛을 찾고,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이들이 느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무작정 아울렛 출점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생각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하는 시민들도 많다.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 쇼핑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울렛은 유통업체와 소비자가 가장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여긴다.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프레임에 갇혀 정치권이 아울렛의 순기능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출점 제한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 아울렛 출점이 기여하는 바도 크며, 아울렛 출점으로 영향을 받는 지역상권과는 먼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이미 수십개의 아울렛이 생겼지만 마찰없이 시장이 안정되게 형성돼 있는 것도 참고할 점”이라고 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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