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국 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이 올해 TV용 대형 LCD 패널의 자급률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말(약 20%) 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잇달아 과감한 증산에 나서면서 대형 LCD 패널의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5일 시장조사기관 디지타임스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대형 LCD 패널 자급률은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BOE, TCL 등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수년간 이어진 정부의 정책ㆍ자금 지원에 힘입어 8.5세대(2200×2500mm) 제품의 생산량을 크게 늘린 까닭이다. 실제 BOE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 공장의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올여름에는 충칭 공장에서도 대형 LCD 패널의 양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아울러 BOE는 70~80억 달러를 투자해 기판 크기를 3340×2940㎜로 늘린 10.5세대 LCD 패널 공장을 신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15.7%에 머물렀던 중국의 대형 LCD 패널 세계시장 점유율도 올해 최대 21.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국 TV시장의 성장세를 올라탄 덕분이다. 중국 TV시장에서 삼성ㆍLG전자는 스카이워스, TCL, 하이센스 등 현지 업체에 밀려 5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최근 5년(2008∼2013년) 간 디스플레이 산업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 역시 한국은 5.6%에 머무른 반면, 중국은 29.0%를 기록했다.
문제는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차별적이고 지나친 지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재를 피하고자 직접적인 보조금을 뿌리지는 않지만, 자국 기업의 공장에 지분을 투자한 후 헐값에 재매각하거나 터무니없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등 과잉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BOE의 8세대 베이징 공장에 50%, CSOT 8세대 선전 공장에 30%, 티안마의 4.5세대 우한 공장에 90%의 지분을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앞서 2012년에는 LCD 패널의 관세율을 3%에서 5%로 올리기도 했다.
삼성ㆍLG전자가 중국에 대형 LCD 패널 공장을 속속 증설하며 내부로부터의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서둘러 차별화 포인트를 확보하지 않으면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대형 LCD 패널 생산량 급증으로 인한 공급과잉 현상도 두 회사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짐이다.
앞의 관계자는 “BOE 등 중국기업이 정부 지원을 업고 10.5세대 공장의 신설을 계획하는 등 초대형 LCD 패널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벌써 나서고 있다”며 “차세대 퀀텀닷 TV나 OLED 패널 등 새 시장을 적극적으로 열어야 중국기업의 추격과 중대형 LCD 패널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에 치이는 ‘샌드위치 신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