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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헨티나 검사 의문사 사건, ‘대통령 체포영장’으로 새 국면
[헤럴드경제=인터내셔널섹션] 1994년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을 조사하던 알베르토 니스만 특별검사의 총상 사망 사건에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리헨티나 대통령이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케하는 정황이 발견돼 이목이 쏠린다. 폭탄테러 배후를 수사하던 니스만 특별검사가 사망직전에 페르난데스 대통령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니스만 검사 사망 사건을 조사해온 비비아나 페인 연방검사는 전날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조사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면서 체포영장 존재 사실을 인정했다.

현지 일간지 클라린은 니스만의 아파트 쓰레기 수거함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엑토르 티메르만 외교장관 등에 대한 26쪽 분량의 체포영장 초안이 발견됐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당시 클라린은 체포영장 초안의 주요 부분을 가린 채 일부만 보도했었다.

그러나 클라린의 보도가 있은 다음날, 페인 검사는 성명을 내고 체포영장 존재 사실을 부인했다. 호르헤 카피타니치 수석장관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클라린 신문을 찢으며 ‘쓰레기 저널리즘’이라고 맹비난했다.

[게티이미지]

카피타니치 장관은 현 좌파 정권과 보수 성향의 클라린이 그동안 끊임없이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을 들어 “언론 자유와 기업의 자유를 혼동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클라린은 전날 체포영장 초안을 모두 공개하며 카피타니치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고, 페인 검사가 자신의 실수와 체포영장 존재를 인정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상황은 페르난데스 대통령 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아니발 페르난데스 대통령실장이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것이 범죄가 되지 않는다면 신문을 찢은 행동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특별검사 니스만이 사망하기 직전에 쓴 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자살로 종결되던 니스만 검사 사망 사건과 폭탄테러 사건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까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페인 검사는 니스만 검사가 사망하기 나흘 전에 체포영장을 작성했으나 곧바로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니스만 검사의 사망에 타인이 개입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는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내린 자살 결론도 여전히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체포영장 초안의 존재는 니스만 검사와 페르난데스 대통령 측이 상당한 긴장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니스만 검사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 증폭될 수 있다.

체포영장 초안은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한 아르헨티나-유대인 친선협회(AMIA) 건물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 당국자들에 대한 수사를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방해했다는 의혹을 담고 있다. 당시 폭탄테러로 85명이 숨지고 300명이 다쳤다.

2004년부터 AMIA 사건 조사에 참여한 니스만 검사는 이란의 배후 아래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가 테러를 저질렀다고 발표하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터폴을 통해 수배했다.

니스만 검사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로 석유를 확보하려고 이란 당국자들에 대한 인터폴 수배령 철회를 시도하는 등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니스만은 이런 내용을 담은 289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고, 비공개 청문회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달 18일 자택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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