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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시·왕따·승진누락…고졸취업자는 서럽다
高卒 취업자 1000만명 시대라지만…
전체 취업자중 고졸비중 40%육박
10명중 4명은 비정규직 고용불안
“고졸취업 후회한다” 42%나



“고등학교 졸업장으로 대기업에 특채 입사를 한 기쁨도 잠시, 현실은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에 재직 중인 A(27) 씨는 이렇게 말하며 울음을 삼켰다.

평소에도 느꼈던 직장 동료들의 무시와 따돌림은 자신이 승진한 뒤로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자신만 빼놓고 우르르 몰려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라 점심식사는 ‘당연히’ 혼자 해결하는 일이 잦았다. 뭘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야말로 ‘투명인간’이었다.

최근에는 자신을 부르는 별명이 ‘로또’, ‘낙하산’이라는 걸 알고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제1금융권 은행에 취업한 B(20ㆍ여) 씨는 입사 반년이 훌쩍 지나도록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소외감 때문이다.

사수 선배는 물론, 회사 선배 대부분이 20대 후반이라 무리에 들어가려 해도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혼자 지내는 게 ‘당연해져’ 이제는 은행 지점에서 결혼식이나 행사가 있어도 선배들과 따로 행동한다. 점심 먹을 사람이 없어서 화장실에 몰래 숨어있다가 나온 적도 태반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처음으로 고졸 취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고졸 취업자는 1010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고졸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기준 39.5%에 달한다. 취업자 10명 중 4명은 고졸자인 셈이다. 이는 정부의 고졸 청년 취업 장려와 중ㆍ장년층의 취업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고졸취업자 1000만시대’의 통계 이면에 숨어있는 ‘실상’은 차별과 고용 불안정 등으로 얼룩져 있다.

2014년 8월 기준 임금 근로자의 정규직 비중을 보면 대졸자는 78.2%였지만 고졸자는 63.4%에 불과하다. 대졸 임금자 10명 중 8명은 정규직인 반면, 고졸 출신은 10명 중 6명만이 정규직이고 나머지 4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특히 고졸 취업자는 취업 후 5년 6개월동안 평균 3.9개의 직장을 다닌 것으로 조사돼 고용 유지율도 턱없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으로 취업을 해도 승진은 ‘체념’하고 살아야 한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입사 후 차장 승진까지 걸린 시간을 살펴보면 대졸은 평균 9년5개월이 걸렸지만, 고졸은 평균 20년 5개월로 그 격차가 무려 11년에 달했다.

한전 고졸 취업자 C 씨는 “회사 홈페이지 익명게시판에서도 고졸을 까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면서 “윗분들이야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지만 고졸 취업자들 사이에선 대졸 출신보다 승진이 늦은 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고졸 출신 중 대입 준비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를 비판했다. 이런 이유로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한 것을 후회하는 고졸 취업자도 많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2013년 고졸 취업 성공자 1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2.3%가 ‘고졸 취업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고졸 취업자에 대한 차별’이었다.

김성훈 이화여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이같은 현실에 대해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학력 중심 문화를 뿌리 뽑는 동시에 각 기업의 학력 우대 풍조를 직무 중심 능력 중심으로 개편해 나가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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