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분노·좌절감 등 극단적 표출…10대 80% “자살 충동경험”
생각 안하는 사회… '욱질범죄' 키운다
OECD 자살률 1위 불명예…사회적통합 결여 큰 문제


인천 영종도를 동남쪽으로 마주하고 있는 작은 섬 신도(信島). 주민들이 착하고 신의가 두텁다는 유래로 이같이 이름이 지어진 이 조용한 섬에서 2년 전 어느 날 밤 1t 트럭이 바다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섬의 한 팬션에서 술을 마시던 50대 남성이 20대 아들과 말다툼 끝에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경찰에 신고한 아들이 파출소 직원과 순찰자를 타고 팬션 주변을 돌던 중 아버지에게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는 “선착장에 왔는데 바다로 뛰어들겠다”는 말을 남기고 4시간 뒤 싸늘한 시신으로 나타났다. 아들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이었다.

자살은 또 다른 형태의 ‘욱질’이다. 상대에 대한 분노나 삶에 대한 좌절감, 사회에 대한 반감 등을 극단적으로 자신에게 표출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극도로 높아진 것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뀐 뒤 사회적 통합이 결여됐기 때문”이라며 “사소한 것에 대한 엄청난 범죄가 외부로만 하는게 아니라 자기 파괴로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때부턴가 ‘자살공화국’이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72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키프로스에 이어 두번째로 자살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선 자살 사망률이 압도적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의 ‘2014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6.8%가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100명 중 7명 정도가 자살 욕구를 가져본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13~19세가 8.0%로 가장 높았고, 60세 이상이 5.2%로 가장 낮았다.

충동 이유를 살펴보면 경제적 어려움(37.4%)이 가장 많았고 가정불화(14.0%), 외로움ㆍ고독(12.7%), 신체ㆍ정신 질환(11.1%) 순이었다.

직장문제(7.8%), 이성문제(5.4%), 학교ㆍ진학문제(5.6%) 등도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적잖은 요소다.

충동 요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높은 것에는 주변과의 비교 속에서 갖게 되는 상대적 빈곤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단 분석된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소득이 좋아지고 사회복지 제도도 많이 증가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소외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회ㆍ경제적인 박탈감을 크게 받기 때문에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우리 국민은 자살을 대부분 충동적이고, 보여주기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 자살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자살시도가 충동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0.5%(동의 46.1%, 매우 동의 24.4%)가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자살시도는 기본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라고 보는가’란 질문엔 72.1%(동의 59.3%, 매우 동의 12.8%)가 ‘그렇다’고 말했다.

자살충동을 처음 느끼는 연령대도 대폭 낮아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자살충동 경험자 중 처음으로 자살을 생각한 시기는 10대 이하 때(~19세)라고 답한 비율이 76.4%로 가장 많았다. 10대 이하 비율은 2011년 19.8%, 2012년 58.4%에서 2013년에는 80% 가까이로 크게 늘어 우리나라는 점점 어린 나이에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서경원ㆍ서지혜 기자/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