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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직자 울리는 황당 압박면접, “어이없거나, 개념없거나, 예의없거나”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00시에는 신호등이 몇 개 있는가” “전국의 바퀴벌레 수는 모두 몇 마리인가”

공연이 끝난 후 경품증정행사의 퀴즈에서나 나올법한 이 질문에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아마 누구라도 웃으며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같은 질문을 받고 단 몇 초 안에 정답을 떠올려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구직자들이다. 위의 질문은 사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국내기업의 공채 면접에서 등장한 질문이다. 순발력 시험을 위해 던진 질문에 공채시즌의 영원한 ‘을’인 구직자들은 깊은 좌절감에 빠진다. 


헤럴드경제가 4일 기업평가업체 잡플래닛의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잡플래닛에 등록된 3만4000여 개의 기업면접정보통계 중 자신의 면접 경험을 ‘나쁨’으로 응답한 사람은 의외로 전체 응답자 중 7%가량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공유한 항당면접 사례는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구직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모욕감을 주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로 과도한 압박을 주고 있었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기업에서 이뤄지는 압박질문을 수위에 따라 3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 ‘어이없는 질문’= 어처구니 없는 질문과 요구는 을의 위치에 있는 구직자마저도 헛웃음을 짓게 한다. 실제로 한 구직자는 “컨설팅회사 면접에서 ‘자신을 닮은 동물을 말해보라’고 해서 ‘사자’라고 답했더니 ‘우리는 사자와 같은 인재는 싫어한다’고 말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직자는 “이동통신사 2차 면접에서 한 임원이 저글링 공 세 개를 주며 저글링을 시켰는데 저글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는 웃지못할 해프닝을 공유하기도 했다. 


▶2단계, ‘개념없는 질문’ = 업무와 관계없는 사적인 질문이나 시대에 맞지 않는 성차별, 외모차별적 질문에 대한 비난도 이어진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퇴사하느냐”와 같은 흔한 질문에서부터, “남자를 고르는 기준이 어떻게 되느냐” “콧대가 낮으면 관상학적으로 별로다, 수술할 생각은 없느냐”와 같은 모욕적 질문도 있었다. 또한 일부 구직자들은 “아버지의 직업과 연봉을 물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3단계, ‘예의없는 질문’ = 면접관이 구직자들에게 인간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다수의 구직자들은 “도를 넘어서는 압박면접을 구직자가 아무리 ‘을’이더라도 불쾌하고, 합격하더라도이 회사는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은 “화를 돋우는 질문을 한 후 다음 반응을 보는 감정적인 압박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말로 질문하고, 면접 중간에 전화를 받으러 나가기도했다” “정부 용역사업을 하는 회사였는데 야당을 지지하면 안된다고 훈계했다” “팀장이 면접 내내 껌을 씹어댔다”는 등 ‘개념없는 면접관’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

인사담당자들은 이같은 압박면접을 하는 이유로 “면접을 통해 순발력과 소신, 논리성을 파악해보기 위해서” “고난에 잘 견디는 사람인지를 보기 위해서” 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적성향을 물어보거나 성희롱에 가까운 질문으로 구설수에 올라 기업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많아진만큼, 상당수 기업이 압박면접의 수위를 조정하고 있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준비한 소개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 면접자들의 상황 대처 능력을 보기 위한 당황스런 면접은 여전은 취업준비생들에게 넘어야할 산이지만 인간적인 모욕감을 주는 면접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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