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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릇에 건강을 담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음식의 완성은 플레이팅(platingㆍ요리를 접시 혹은 그릇에 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케이블채널의 한 요리프로그램. 후라이팬에 덩그러니 담겨 나오는 한 ‘셰프’의 요리를 본 다른 ‘셰프’가 서슴없이 독설을 날린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독설에 진지한 표정까지 더해 웃음이 터진 와중에도 음식을 담아내는 ‘플레이팅’이 가볍게 치부돼선 안된다는 철학이 그의 표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떠한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음식의 마지막 과정은 늘 그에 맞는 그릇에 담아내는 것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음식을 그릇에 올바르게 담는다’는 뜻은 단순히 ‘보기 좋고, 먹기 좋은’ 한 그릇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먹는 이에 대한 배려가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좀 더 나아가 그릇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릇이 ‘음식이나 물건 따위를 담는 기구’란 사전적 의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분 탓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국 보다는 사기 그릇에 담겨있는 국이 더 맛있고, 놋그릇에 담긴 비빔밥이 더 맛깔나는 것처럼. 혹자는 ‘찌그러진 냄비에 끓인 우동이 제일 맛있다더’라고도 한다. 그릇의 소재와 촉감, 무게가 제각각인 것처럼 그것이 갖고 있는 감성도 모두가 다르기 때문일테다. 개인적으로는 놋그릇에 소복하게 담긴 팥빙수가 그렇게 좋다.

<사진설명>자주(JAJU)의 옛날 유기 시리즈와 참옹기 시리즈.


▶건강한 그릇 이야기

건강하게 오래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릇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건강’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자연을 떠나 도심의 삶을 택한 우리 일상은 매분 매초 유해물질의 위협을 받고 있다. 유해물질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가볍고 깨지지 않아 많이 사용됐던 플라스틱 그릇도 환경 호르몬 논란에 식탁에서 사라져갔다. 이제 모두가 건강한 밥상에는 건강한 그릇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건강 밥상을 위해 건강한 그릇을 찾는 노력은 돌고 돌아 우리의 ‘옛 것’을 재발견하는 것에 다달았다.

도자기와 옹기, 유기 등이 그것이다. 특유의 정갈함이 살아있는 우리의 전통 그릇들은 한식 밥상 뿐만이 아니라 양식을 비롯한 다른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튀지 않아 재질이 다른 그릇과 한상에 놓아도 어색함이 없다. 무엇보다 유해물질 걱정없이 한 끼를 즐길 수 있도록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그릇에 틈틈히 스며들어 있어 건강한 밥상과 더 없이 잘 어울린다.

전통 그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최근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가 내놓은 ‘참옹기 시리즈’와 ‘옛날 유기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옹기와 유기의 장점은 십분 살리면서도 요즘의 상차림에도 어색하지 않도록 디자인 측면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옹기는 그 미세한 기공 때문에 ‘숨쉬는 그릇’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기 구멍이 그릇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음식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 외부에 둬도 빗물이 옹기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동시에 공기는 옹기 안과 밖으로 서로 통하게 해 안에 저장된 음식물을 잘 익게 하고 또 부패하지 않게 한다. 때문에 흔히 장시간 보관을 요하는 된장이나 간장, 김치나 젓갈 등 발효음식의 저장그릇으로 많이 사용된다. 발효식품 뿐 아니라 빵이나 과자 등도 옹기그릇에 보관하면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다고. 먹다만 식재료나 과일도 옹기그릇에 보관하면 마르거나 변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전통 그릇,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

보관이 까다롭고 무게가 무거워 편하게 사용하기 힘든 ‘유기’도 다시금 밥상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유기는 놋쇠로 만든 생활도구로 흔히 놋그릇으로 많이 부른다. 살균효과가 뛰어나 채소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고 열 보존율이 높아 추운 겨울철에도 오랫동안 갓 지은 듯한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예로부터 겨울철에는 유기 식기를 사용해 음식의 보온을 철저히 했다고 알려져있다. 유기의 장점을 살려 디저트에 응용한 사례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팥빙수다. 한 팥빙수 매장의 경우 거창 유기 그릇을 사용, 팥빙수의 시원함이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해 인기를 얻기도 했다.

까다롭기로는 유기 못잖은 도자기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그릇이다. 도자기 그릇을 재새석한 자주의 ‘오롯 시리즈’는 이미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고. 동일한 모양에 서로 다른 색상과 소재로 구성해 같은 컬러끼리 연출하면 통일감 있고 정갈한 느낌을, 다른 색상끼리 믹스매치하면 풍성한 느낌을 준다. 오릇 시리즈의 화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하고 맑은 광택이 있는 그린 컬러와 깊고 멋스러운 브라운 컬러를 적절히 섞어 포인트를 주면 세련된 한식 밥차림이 완성된다.

유해물질 걱정이 없는 식기들의 출시도 꾸준하다. 오븐과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자주의 키친가든 오븐웨어는 양질의 점토인 테라코타 소재로 제작해 통기성이 뛰어나고 제품이 다시 흙으로 분해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짧은 친환경 식기. 테라코타 소재의 독특한 질감은 살리면서 편안함이 느껴지는 짙은 파랑과 녹색으로 선보여, 한식과 양식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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