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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에 제3국서 대화하자고 했다”美의 반박
“북한의 평양회담 입장고수로 불발”
‘소시지와 외교는 만드는 과정을 알리지 마라’. 이는 완성물로는 상상하기 힘든, 비밀스럽고 때론 지저분하기까지 한 ‘과정’이 있다는 격언이다. 최근 북한이 미국과 진행한 물밑대화 과정을 폭로하면서 이 같은 외교가의 불문율을 깨뜨렸다. 미국이 제3국에서 북한과 대화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평양 회담을 주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에서 대화가 무산되는 사례는 빈번하지만, 그 내막까지 속속 공개되는 일은 드물다. 폭로전으로 비화되면서 북미 관계가 장기 경색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에서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회동하는 방안을 주장했으나, 미국 측은 미국 사절이 북한을 방문하는 게 모양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김 제1부상과 제3국에서 회동하자고 제안했다. 공개적으로 대화하기에 앞서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는 ‘탐색적 대화’ 차원에서 이 같은 비공개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의 대화 제안에 북한은 제3국이 아닌 평양에서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대표는 평양에서 접촉하는 건 탐색적 대화 성격과 맞지 않고, 현 북미 관계에서 평양 회담을 진행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때문에 양국 간 비공개 회동은 끝내 불발됐다.

북한 측은 대화가 무산되자 미국 측이 물밑대화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 성(성 김)이 이번 아시아 방문 기간 우리와 만날 의향을 표시한 데 대해 평양에 오라고 초청까지 했다”며 “미국은 그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마치 우리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지 못하는 듯이 여론을 오도하면서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평양에서 만나길 주장한 건 미국의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미국과의 대화 명분을 쌓고,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근거로 삼으려 했던 의도”라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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