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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직접 키우지도 못하고…난 자식가진 죄인”
“정서발달에 부정적 영향” 75%…여성단체연합 2006명 설문
대한민국 ‘워킹맘’들은 엄마손으로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하는 현실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족되지 못한 부담감이 죄책감으로 돌아와 워킹맘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20세 이상 60세 미만 여성 2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자리와 생애사 실태조사’ 결과 3세 미만 영ㆍ유아시기에 엄마가 직접 돌보지 않는 것이 아동의 ‘정서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75.2%에 달했다.

이에 대해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아빠여도 상관없고 할머니나 그 누구던 간에 따뜻한 돌봄이 필요할 뿐이라는 생각은 아직 널리 퍼져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성은 ‘아이는 엄마 손으로 직접 키워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뿌리깊은 상황에서 최근 잇따른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은 워킹맘들의 죄책감을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3살 된 아이를 둔 회사원 정모(36ㆍ여) 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두는데 선생님들도 다 좋으신 분이지만 혹시나 나쁜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매번 노심초사하게 된다”며 “아이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엄마들의 책임감은 자녀 교육에 대한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어른이 될때까지 자녀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등학교까지만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29.0%였고, 대학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답한 여성은 44.9%였다.

자녀가 원하는 데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도 10.1%에 달했다.

장 연구원은 “우리나라 여성들은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 엄마로서의 정서적 기여를 해야 할 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리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취업 여성만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설문한 결과(복수응답) 40대 취업 여성은 일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양육ㆍ교육비(71.5%)를 꼽았다. 이어 생활비 마련(69.1%), 자아실현(69.0%), 노후준비(61.6%) 등의 순이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한다는 뿌리 깊은 이데올로기가 워킹맘들의 죄책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엄마가 양육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을수록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에는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육과 교육은 국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모에게 그 책임을 지워버리는 경향이 있고 이것이 엄마 개인이 죄책감을 갖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보육과 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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