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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정태일]저질 ‘全大’
혹시나했더니 역시나가 됐다. 운동장은 진흙탕이 됐고, 선수들은 관중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얘기다.

두 달 전만 해도 일말의 기대감은 있었다. ‘빅3’의 불출마를 주장하는 당내 반발이 있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비전을 제시했다. 박지원 후보는 비교적 정교하게 설계한 6대 정책을 당 혁신방안으로 내세웠다. ‘시도당 주도의 완전국민경선’, ‘6개 취약지역에 비례대표 2석씩 배분’ 등 당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 등 당대표 경선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대선패배 이후 말을 아꼈던 문재인 후보는 당대표 출마로 부활 의지를 밝혔다. 당대표 당선 시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배수진도 쳤다. 출마기자회견장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순간에도 그는 입을 굳게 다물 정도로 각오를 다졌다.

정세균 전 대표는 당의 승리를 위해 “밀알이 되겠다”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스포트라이트는 예비경선을 통과한 ‘86그룹’의 이인영 후보에게로 갔다. 박 후보, 문 후보에 비해 ‘젊은 피’인 이 후보는 자칫 묻힐 뻔한 민생을 힘주어 말하며 삼각구도의 한축을 맡았다.

전당대회준비를 총괄한 김성곤 위원장은 ‘쌍전(雙全)’의 자세를 강조하며 중도와 진보, 온건과 강경, 친노와 비노가 상보적 관계로 병합하는 공정함을 주문했다.

이처럼 3명의 후보들은 각자 다른 색깔로 경기장에 들어섰고, 당 전대준비위도 신뢰받는 룰을 약속했지만 예비경선 후 본게임에 들어서면서 금세 변질되고 말았다. 문 후보와 박 후보 간 네거티브는 절정에 이르렀고, 이 후보의 반복되는 ‘세대교체론’은 공허하다는 평가다.

급기야 여론조사 세칙 논쟁은 박 후보와 문 후보 캠프 간 여론전으로 비화되기까지 했다. 지난 주말부터 각 캠프는 상반된 성명서를 내고 긴급기자회견을 연거푸 열며 상대 캠프 비판에 집중했다. 캠프 내부에서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전날 한 방송사 TV토론에서의 후보들 간 언쟁은 가관이었다. 후보들은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질이다”, “그만두고 싶다”, “못하겠다” 등 감정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딱 지금 수준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들 말처럼 전대는 저질이 되고 말았다. kill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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