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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상범의 아! 車!> 클래식카의 전설, 쌍용 칼리스타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날렵한 윙, 곡선을 지닌 과도할 정도의 긴 후드, 웅장한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 여기에 개폐가 가능한 지붕. 193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클래식 로드스터’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지금까지도 클래식카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당시 국산 자동차를 개발한다는 상상조차 못하던 시기였던 만큼, 클래식 로드스터에 대한 추억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자동차업체가 만든 클래식카도 있었습니다. 바로 쌍용자동차가 1992년 국내에 출시한 ‘칼리스타’입니다.

사진제공=쌍용차

외관은 정통 클래식카의 DNA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고출력 엔진이 특징이었던 칼리스타는 사실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차는 아닙니다.

칼리스타의 역사는 영국의 자동차 회사 팬더(Panther)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1년 영국의 설계 엔지니어이자 스포츠카 레이서인 로버트 얀켈(Robert Jankel)이 만든 이 회사는 재규어와 부가티 등을 모방한 클래식카 제작업체로 유명했는데요, 이 회사에서 1976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차체를 기반으로 한 ‘리마’를 개발하고 이를 다듬어 1981년 출시한 차가 바로 칼리스타입니다.

그리스어로 “작고 예쁘다”라는 뜻의 칼리스타는 베이스가 된 리마에 비해 작은 차체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쌍용차는 이 팬더사를 1988년 인수하며 히트작이었던 칼리스타를 동양인의 체형에 맞도록 개선해 한국시장에 내놓았던 것입니다.



사진제공=쌍용차


1990년 영국의 칼리스타 생산라인 일부분을 한국으로 이전했고 6기통 2.9ℓ, EFI 포드 엔진과 2.0 DOHC엔진을 탑재해 1992년 1월부터 판매했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현대 그랜저를 비롯한 ‘반듯한 세단’에 익숙했던 한국 소비자들에게 30년대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정통 클래식카의 등장은 낯섬, 그 자체였죠.

한편 칼리스타는 단순히 아름답기 만한 클래식카가 아니었습니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괴물같은 힘을 낼 수 있는 엔진을 탑재한 ‘정통 스포츠카’였죠. 주력 모델이었던 2.9ℓ 모델은 최고 속도 207㎞, 시속 100㎞까지 단 7.9초면 충분했습니다. 쌍용차가 노린 것도 당시 그랜저가 장악하고 있던 고급 국산차 시장을 정통 스포츠카를 통해 공략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칼리스타는 시장에서 참패를 하게 됩니다. 당시 고급세단 시장을 장악했던 그랜저의 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칼리스타 2.9ℓ 모델이 3000만원대의 가격에 팔렸던 것에 비해 경쟁 차종인 그랜저 V6 2.5ℓ 모델은 2580만원에 팔렸죠. 

사진제공=쌍용차
여기에 2인승 로드스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부족이 더해지며 출시 첫 해인 92년 9대, 93년 17대, 94년 6대 등 총 32대만이 국내에서 판매되며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해외판매 역시 3년간 37대에 불과했죠.

오히려 세월이 흘러 칼리스타는 수려한 디자인과 희소성으로 그 가치를 뒤늦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국내 한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93년식 2.0ℓ 모델이 3600만원에 매물이 올라오며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시대를 앞서 갔던 비운의 차, 칼리스타가 다시 부활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남아있는 모델들이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켰으면 합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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