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강렬한 록을 연주하는 듯하지만 그 위에는 팝 특유의 유려한 멜로디가 흐른다. 연주 위에 실린 목소리는 로커보단 흑인 음악을 부르는 솔(Soul) 보컬리스트를 연상케 한다. 별다른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뒤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독특한 조합은 마치 본래 그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마치 서로 다른 금속이 용해돼 새로운 성질의 합금으로 변신하듯이, 밴드 리플렉스(Reflex)는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하이브리드’에 가깝다. 지난달 26일 서울 합정동의 한 연습실에서 새 미니앨범 ‘마이 올(All)’을 발매한 리플렉스를 만났다. 멤버 조규현(보컬ㆍ기타), 신동연(드럼), 홍석원(기타), 변형우(베이스)가 함께 했다.

조규현은 “우리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우리 역시 그 기운을 받고 싶다는 바람으로 ‘반사작용’이란 의미를 가진 리플렉스를 밴드의 이름으로 선택했다”며 “우리가 가진 한계와 역량을 인정하되 그것을 모두 쏟아 부어 미련을 남기지 말아야겠다는 자세로 앨범을 만들었고, ‘마이 올’이란 앨범 타이틀은 그런 다짐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리플렉스 “우린 우리가 원하고 만족하는 음악을 연주한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마이 올’과 싱글로 선공개됐던 ‘물어본다’ ‘토크 투 미(Talk To Me)’를 비롯해 ‘런 어웨이(Run Away)’ ‘헤이 인 데어(Hey In There)’ ‘뷰티풀 걸(Beautiful Girl)’ 등 7곡이 수록돼 있다. 밴드 스키조의 전 리더이자 현재 비트버거의 기타리스트로 활약 중인 주성민이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다. 앨범의 전반적인 사운드는 밴드 연주의 수위만 낮춘다면 여느 인기 아이돌의 앨범이라고 말해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대중친화적이다.

조규현은 “타이틀곡 ‘마이 올’은 처음부터 대중이 좋아할 만한 곡을 만들자는 자세로 달려든 곡”이라며 “처음에 생각했던 의도대로 곡이 완성돼 기쁘고, 솔직히 많은 관심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홍석원은 “‘토크 투 미’는 랩과 전자음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등 색다른 것을 위한 시도를 많이 해본 곡이고 ‘런 어웨이’는 멤버들 각자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주와 보컬을 들려주는 곡”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단순하게 정의내리기 어려운 리플렉스의 색깔의 원천은 멤버들이 영향을 받은 다양한 음악들이다. 조규현의 힙합을 떠올리게 만드는 개성적인 보컬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즐겨들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등의 흑인 음악으로 영향을 받았다. 홍석원의 기타 리프에서 무거운 사운드와 유려한 멜로디 라인은 이모코어밴드 더 유즈드(The Used), 핀치 (Finch)의 흔적이다. 신동연이 즐겨 들었던 밴드 크리드(Creed)와 얼터 브릿지(Alter Bridge), 변형우가 매료됐던 일본의 비주얼록 밴드 엑스 재팬(X-Japan)과 라르크 앙 시엘(L‘Arc-en-Ciel)은 직선적이면서도 그루브한 느낌을 살리는 리듬 연주의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변형우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밴드 멤버들의 혈액형도 모두 다르다”며 “밴드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융합시키는 용광로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음악 철학을 드러냈다. 홍석원은 “앨범을 녹음할 때 큰 틀에서만 통일성을 갖추고 세부적인 부분은 멤버들 모두 각자 파트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녹음하자는 자세로 임했다”며 “멤버 각자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음악 및 장비면에서 많은 시도를 했고 그 결과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리플렉스 “우린 우리가 원하고 만족하는 음악을 연주한다”

리플렉스는 지난 2012년 12월 싱글 ‘미니시리즈#1 로맨틱 레슬러(Miniseries #1 Romantic Wrestler)’를 발표하며 데뷔해 결성 만 2년차를 넘긴 신인이다. 그러나 리플렉스는 신인답지 않은 연주력과 독특한 음악으로 라이브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주최 신인 발굴 오디션 ‘펜타 슈퍼루키 2014’가 리플렉스를 선정한 것도 이 같은 독특함 때문이었다. 여기에 이 무대가 마지막이라는 듯 쏟아내는 땀은 덤이었다.

홍석원은 “우리는 마치 가지고 있는 무기의 총알을 모두 쏟아내듯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다 쓰고 내려오고, 이런 모습에 팬들이 호응하는 것 같다”며 “지난해 함께 공연했던 이승환 선배로부터 우리에게 ‘너희들 많이 늘었다’는 말을 듣고 정말 많은 힘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리플렉스는 올해 안에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늘 그래왔듯이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은 홍대 클럽 무대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조규현은 “정규앨범은 우리의 역량이 얼마나 늘었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결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앨범을 내지 않을 테니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변형우는 “이번 앨범보다는 조금 더 강한 음악이 담길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장 만족하고 좋아하는 음악이 준비됐을 때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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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밴드 리플렉스(Reflex)가 최근 새 미니앨범 ‘마이 올(All)’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멤버 신동연(드럼), 조규현(보컬ㆍ기타), 변형우(베이스), 홍석원(기타). [사진제공=브이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