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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악몽’을 희망으로 바꾼 슈틸리케호의 호주원정기
[헤럳르경제=김성진 기자]‘월드컵 악몽’이 ‘아시안컵 희망’으로 바뀌는데 7개월이면 충분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은 한국 축구사에 지워지지 않을 어두운 기억으로 남았다. 석연찮은 선수선발로 인한 의리 논란과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할 졸전끝에 한국대표팀은 쓸쓸히 귀국했다. 4년간 기다렸던 국민들은 배신감과 실망감에 좌절했고, 한국축구의 자산이 되어야할 홍명보 감독은 불명예 퇴진했다.

한국에겐 ‘개미지옥’처럼 까다롭기만한 아시안컵이 6개월 남짓 남은 시점. 한국 축구에 희망이 살아날 수 있을까 많은 팬들은 우려했다. 그러나 국내팬에게 생소했던 올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달 31일 막을 내린 호주 아시안컵에서 우승만큼 값진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8년 월드컵을 향해 도약할 힘과 희망을 안고 금의환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의 팀들이 겨루는 월드컵에서의 1무2패와, 한국보다 낮은 랭킹의 팀들이 나서는 아시안컵에서 우승도 아닌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월드컵을 전후해 많은 실망과 좌절감을 맛본 팬들에게 이번 아시안컵을 훌륭히 치러낸 대표팀은 ‘환골탈태’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선발과정이 먼저 가능성을 던져줬다.

화려했던 선수생활과 달리 지도자로서의 성과는 크지않았던 슈틸리케 감독은 기존 대표팀 단골 선수는 물론, 국내 팬들에게도 낯선 선수들까지 두루 검토한 끝에 23명의 엔트리를 확정지었다. 2부리그 상주에서도 주전이 아니었던 이정협은 가장 눈에 띄는 수확이었다. 국내 감독이었다면 선뜻 발탁하기 어려운 스펙(?)이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전까지는 플랜B에 가까웠던 김진현 김진수 남태희 등도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대표팀 주전멤버로 손색이 없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위기대처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팀의 핵심선수인 이청용과 구자철이 줄줄이 부상으로 중도하차했다. 우승을 노리던 대표팀으로서는 치명적인 전력손실이었다. 팬들도 기대치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남태희 이근호 등을 활용하며 위기를 넘겼다. 포백 수비라인은 계속 바뀌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김진현의 선방과 어우러져 준결승까지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강철체력과 무서운 돌파력을 앞세운 차두리 김진수의 윙백은 펄펄날며 공격에 활기를 더해줬다. 결승전에서는 연장까지 가며 최전방에 적임자가 없자, 중앙수비수 곽태휘를 투입하는 깜짝수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임기응변에 궁여지책이었겠지만 이런 상황에도 침착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준비시킨 것은 분명 지도자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과제도 남았다.

이동국 박주영 김신욱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한 공백을 메울만한 스트라이커의 부재다. K리그의 경우 대부분 골잡이를 용병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국내파 스트라이커는 등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평가전 등을 통해 다양한 선수들을 테스트하며 ‘제2의 김진현 이정협’을 발굴해야할 숙제를 안게 됐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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