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작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규모가 저년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87조원을 기록,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2일 자본시장연구원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은 797억달러(87조3000억원, 부동산 인수 포함) 규모로, 전년 418억달러의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하면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204억 달러와 비교하면 3년 만에 시장규모가 4배 이상으로 급팽창한 것이다.
국내 M&A 시장 규모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0억달러대로 주춤했다. 이후 지난해 400억 달러대로 확대된 데 이어 800억 달러에 육박했다. M&A 건수는 2013년 482건에서 지난해 468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굵직한 거래가연이어 성사되면서 시장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OB맥주, 다음카카오 등 대형 M&A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도 등으로 매물이 늘었고 저금리 등 금융 여건도 기업 인수합병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올해도 M&A 시장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정부의 M&A 관련 규제도 완화되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올해에도 공기업 민영화, 대기업과 증권사의 구조조정 및 사업구조 재편, 사모펀드(PEF) 관련 매물이 대기하고 있어 시장규모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등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동부그룹과 현대그룹 등 대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인수합병도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kt렌탈과 금호산업 등에 대한 인수전도 본격화되하고 있다.
사모펀드들도 M&A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한앤컴퍼니가 한국타이어와 함께 세계 2위 자동차용 에어컨·히터 제조기업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하는 등 사모펀드들이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된 제도적 지원책 등을 담은 ‘M&A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성장이 정체돼 위기를 맞은 국내 기업들은 M&A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M&A가 활성화되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자금 회수가 원활해지는 등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과거 백화점식으로 많은 분야에 뛰어들었는데 이제는 강점을 가진 부문에 집중해야 하는 방향전환의 시기”라며“선진국을 따라 하는 모델에서 벗어나 시장을 선도하려면 M&A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