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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 의사가 조기분만 태아 생존율 높이는 풍선수술법 개발”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조산으로 인한 태아의 사망율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술도구를 현직의사가 게발해 화제다. 

조산은 임신 주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37주 이전에 분만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궁을 단단히 받치고 있어야 할 자궁경부가 임신 중기인 16주에서 23주 사이에 힘없이 열리면서 양막이 빠져나오는 질환인 ‘자궁경부무력증’이 생기는데이를 그대로 두면 결국 태아가 조기 분만돼 대다수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보통은 이런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양막이 돌출돼 조산이 임박하면 태아를 살리기 위해 빠져나온 양막을 자궁경부 안으로 밀어 넣고 자궁경부를 묶는 응급자궁경부봉합술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의 수술방법으로 했을 때 양막이 파열돼 태아가 사망하는 경우가 약 40%나 됐다. 

국내 고위험 임신과 조산치료 분야 권위자인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술기구(Lee‘s Cerclage Balloon)를 고안했다. 30㎝ 길이의 이 기구는 한쪽 끝에 특수 고안된 도우넛 모양의 실리콘 풍선이 붙어 있다. 이 풍선에 공기를 주입해 돌출된 양막을 자궁 안으로 밀어 넣는데, 이때 양막에 균등한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파열 가능성이 줄어 안전하게 수술할수 있다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1998년에 국내 처음으로 응급자궁경부봉합술을 한 이후 환자가 몰리면서 거즈를 쓰는 기존 방식을 대체할 새로운 수술도구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초기에는 볼펜 껍데기에 풍선을 달아 이용하는 등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형태로 제품화했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이 기구에 대해 국내 특허를 획득한 데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의료기술 등재를 신청했다.

임상에서도 이 수술도구의 효과가 확인됐다. 2010~2013년 사이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조산위기에 놓인 산모 91명에게 적용한 결과, 모든 산모가 양막파열 없이 성공적으로 수술이 가능했으며 수술 후 태아의 생존율도 78%에 달한 것으로 이 교수는 분석했다.

이근영 교수는 30일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조기 분만된 태아는 사망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생존한다 하더라도 호흡곤란증후군, 신경장애 등 조산에 따르는 여러 가지 합병증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높아 태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도구를 이용하면 양막파열의 가능성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존 방식으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태아도 살리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은 저명 학술지인 미국산부인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BSTERICS & GYNECOLOGY) 1월호에 발표됐으며, 저널 표지에도 소개됐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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