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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상섭부터 김애란까지, 황석영 한국문학 100년의 헌사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은 우리 시대의 한국문학에 바치는 나의 헌사가 될 것이다. 아직도 나라와 사회의 운명이 평탄치 않아서 서구문학에 견주어 우리 문학의 수준을 감히 타매하는 이도 있고 일본과 중국 문학에 빗대어 비하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선집을 통해서 ‘고통받은 고통의 치유자, 또는 수난당한 수난의 해결자’인 문학의 이름으로 곡절 많은 이 땅의 삶을 담아낸 한국문학의 품격과 위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

작가 황석영(73)이 지난 100년간 발표된 한국소설문학 가운데 단편 101편을 뽑아 선집을 펴내며 척박한 토양에서 삶의 자리를 지켜온 한국문학에 경의를 표했다. 당대와 호흡하며 긴밀한 글쓰기를 해온 작가는 작품을 고르며 문학사나 세간의 평가보다 현재 독자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는 유명한 작가의 지명도 높은 단편 뿐만 아니라 지금은 거의 잊힌 작가의 숨은 단편들도 들어있다,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3년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했던 걸 10권으로 묶어낸 이번 선집은 단순히 작품을 골라 엮어낸 데 그치지 않고 작품마다 리뷰를 더해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했다.

황석영은 29일 동교동 카페콤마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문학이 간단치 않다. 대단히 위력이 있고 힘이 있고 생명력이 있는 문학이다.”고 101편을 읽어낸 소감을 밝혔다.

특히 해당 작가의 문학세계 뿐만 아나라 자신이 경험한 작가의 일상의 단편, 삶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살려낸 리뷰는 이 선집의 백미다. 황석영은 “스쳐지나가는 하나하나 장면들을 모으면 100년 민초들의 풍속사, 문화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평전의 한 토막 같은 이런 리뷰는 1962년 10대에 작가로 데뷔해 문단의 막내로서 앞선 선배들의 세계는 물론, 동시대 작가, 후배들과 두루 교류할 수 위치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번 한국명단편 101 선집은 ‘식민지의 어둠’, ‘해방과 전쟁’, ‘근대화의 물결’, ‘변혁의 시대’, ‘개인과 욕망’ 등 모두 10권으로 구성됐다. 1,2권의 절반이 월북작가들의 작품이 차지하는 점도 이 선집의 특징이다. 작가는 북한 방문 경험을 토대로 월북작가들의 이후의 삶도 리뷰에 담아냈다.

염상섭을 한국 근현대문학의 맨 앞에 놓은 것은 파격이다. 황석영은 간담회에서 ”이 작품에 이르러 비로소 구체적인 일상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통해 모호한 계몽주의를 벗어나 한국 근현대문학의 형상이 갖추어졌다“고 밝혔다.

이 소설은 근대문명의 산물인 전화를 놓고 처음 걸려온 전화가 기생이었다는 소소한 일상얘기로 소설과 근대를 보는 황석영의 관점을 보여준다.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으로 양분돼온 문단의 벽을 넘나들며 ‘좋은 작품’을 고르려한 노력도 엿보인다.

이 가운데 김동리를 정치적 잣대가 아닌 전통에 대한 천착을 보여준 작가로 새롭게 평가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모더니스트 이상, 박태원 등에 대한 황석영의 본능적 유대감, 진보와 보수로 자신과 갈라진 이문열과 얽힌 일화와 이념의 덫에서 놓여나길 바라는 선배의 마음도 비로소 편안하게 읽힌다.

황석영이 무엇보다 비중을 둔 건 당대 문학이다. 10권 중 3권(8~10권), 31명의 작가를 집중적으로 읽어냈다. 이는 다른 문학선집과 확연한 차이다. 이는 발을 딛고 선 이 시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작가의 문학관과 관련이 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당대문학과 멀어졌던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젊은 피를 수혈받았다”며 당대를 자유롭고 세련되게 그려내는 작가들에 찬사를 보냈다.

1897년에 태어난 작가 염상섭의 ‘전화’로 시작된 그의 소설읽기의 대장정은 1980년생 작가 김애란의 ‘서른’으로 끝을 맺는다.

각 권 말미에 해설을 붙인 문학평론가 신수정은 이 선집을 일러 “황석영이 보는 문학사론”이라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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