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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요구 예사…‘미끼 신부’까지 등장
국제결혼 사기 피해 속출
남편은 친정집에 돈 보내줄 물주…결혼보다 금전적 여유에 관심
한국어 교육비·하숙비 등…추가 비용 강요도 다반사


“아내는 애초부터 결혼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고, 저를 그저 친정집에 돈이나 보내줄 ‘물주’로 봤습니다” 최근 법원에 혼인무효청구 소장을 접수한 A(43) 씨는 이렇게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지난 2013년 12월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베트남 여성 B(21) 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B 씨는 결혼생활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A 씨와 말을 섞는 것 조차 거부했다. 참다못한 A 씨가 “이렇게 살 거면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라”며 여행가방을 던지자, B 씨는 외려 흉기를 자신의 손목에다 대며 A 씨를 협박했다.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자 A 씨는 관계 개선을 위해 B 씨와 함께 다문화센터 상담소를 찾았다. B 씨가 원하는 최신 스마트폰도 사주고, 3개월에 한 번씩 B 씨의 친정에 50여만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B 씨는 A 씨와 손만 스쳐도 “돈!”을 외쳤고, 결국 결혼 생활 5개월만인 지난해 9월 가출을 했다.

지난해 8월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중국인 여성과 결혼한 C(43) 씨도 A 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중국인 아내는 결혼 후 며칠간은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는 듯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 C 씨와의 부부생활은 물론 식사까지 거부했다. 삐그덕거리던 두 사람의 관계는 곧 아내가 임신 사실을 알려오며 관계는 회복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아내는 임신 확인을 위한 산부인과 검진일을 며칠 앞두고 돌연 자취를 감췄다. 아내의 친정과 결혼 중개업체에 연락을 해도 돌아오는 말은 “네가 잘못해 아내가 가출했다”는 말 뿐이었다.

국제결혼 사기 피해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결혼생활 자체보다 결혼이 주는 금전적 여유만을 바라보고 한국행을 택하는 여성들이 적잖은 탓이다. 결혼을 바라는 남성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돈벌이로 활용하려는 일부 무자격 결혼중개업체들도 이러한 피해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정부가 결혼중개 표준계약서 활용을 권장하고 국제결혼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등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A 씨와 B 씨의 사례처럼 그 실효성이 떨어져 좀처럼 해결 되지 않고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D 씨는 중개업체로부터 중국인 여성을 소개받고 900여만원을 중도금 등으로 지불했지만, 이 여성을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 뒤 100만원을 추가로 더 지불해야 했다.

한국어교육비 등의 명목이었다. 이 여성에게 결혼을 거부당한 뒤 다시금 소개받은 여성에게도 마찬가지로 한국어교육비를 지원해줘야 했다.

D 씨가 한국어교육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법무부의 결혼비자 심사요건 강화 때문이었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 발급을 위해서 결혼 이민자에 한국어능력시험(TOPIK) 초급 1급 이상 취득이나 한국어 교육과정 이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중개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외려 남성들에게 한국어 교육비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강요하는 실정이다.

전남 광주에 사는 E 씨도 예비신부의 한국어교육비는 물론 현지 건물의 한 달 임대료와 맞먹는 월 50여만원을 하숙비로 중개업체에 지불하며 결국 결혼을 파토내고 말았다.

한국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결혼 후 입국 자체를 미루거나 아예 오지 않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교육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보니 과거 4~6개월 정도 걸리던 신부 입국 기간은 최근 8개월에서 1년으로 늘었다. 신부가 입국할 때까지 매달 생활비를 대주며 추가 지출도 생겼다.

급기야 ‘미끼 여성’까지 등장했다. 유흥업소에 다니는 여성이나 예쁜 여성들의 사진을 중개업체 홈페이지에 올려 남성들을 현혹시킨 뒤 실제 만남에는 전혀 다른 여성을 내보내는 것이다. 남성이 항의를 할 때에는 “당신의 외모나 ‘스펙’이 좋지 않아 여성이 거절했다” 등의 핑계를 대거나, 극단적인 경우엔 혼인빙자간음으로 상황을 몰아가 돈만 가로채고 남성을 강제 출국 시키는 경우도 있다. 사진과 동일한 여성이 나와도 정작 돈만 받고 입국을 미루기도 한다.

안재성 국제결혼피해센터 대표는 “계약서를 작성해도 막상 그 나라에 가면 한국어 교육비나 식사비용 등으로 추가 비용을 내도록 만드는 업체가 아직도 적잖다”며 “일부 악덕 중개업자들은 남성이 그 나라 언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마치 여성이 돈을 요구한 것처럼 말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대표는 “업체를 통하더라도, 적어도 그 나라 언어는 어느 정도 익힌 뒤 여성과 직접 대화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3만4235명에 달하던 국제 결혼 건수는 2013년 2만5963건으로 급락했다. 반면 전국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국제결혼 상담 건수는 매년 꾸준하게 600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상담만으로 피해 여부를 단정지을 순 없지만, 국제 결혼에 대한 만족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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