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줄었지만…불법·편법 영업은 되레 기승
국제결혼 중개업체 자격요건이 거듭 강화되면서, 이 기준에 미달된 업체들이 불법ㆍ편법 영업 쪽으로 쏠려 중개업을 이어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정부 등록 업체는 440여개로 4년 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정식 업체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정부의 업체 자격요건 강화 방침 때문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정부는 국제결혼 관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업체의 자본금 규모 상향이나 신상정보 제공에 관한 규정 강화 등으로 법률을 거듭 개정해 왔다”며 “이렇게 설립요건이 엄격해지면서 부실 업체들이 많이 걸러졌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업체들에만 영업을 허용한 만큼 국제결혼 관련 피해 사례도 줄어야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업체 자격요건이 빠르게 강화된 탓에 자격미달 업체도 대거 늘어났고, 이에 따라 아예 음지에서 결혼을 알선하는 불법 사례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종의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예컨대 영업권을 잃은 부실 업체가 정부 몰래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제주지방경찰청은 외국인 여성과 결혼을 원하는 도내 남성들을 상대로 무등록 중개업체를 운영한 A(58ㆍ여) 씨 등 업자 3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중개 영업이 취소된 이후에도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결혼을 알선한 혐의를 받았다.

정식 등록된 업체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업체 명의만 빌려주고 돈을 받아챙기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 대구에서는 자신의 업체 명의를 무등록 결혼중개업자 5명에게 빌려주고 중계수수료의 40∼60%가량을 받아챙긴 B(60)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들 업체는 법이 금지하고 있는 수단을 적극 활용해 피해자들을 끌어모으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에는 여성들을 모아놓고 고르게 하는 ‘집단 맞선’을 주선하고 미성년자를 알선한 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규정에 따르면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소개하거나 동시에 한 명한테 2명 이상을 소개할 수 없게 돼 있다.

문제는 이런 불법 업체들이 중개 과정에서 사고를 터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영업의 경우 어차피 규정에 구애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신상 정보를 알리지 않거나 공증서류를 주지 않는 등 일을 허술하게 진행시켜 사고가 터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불법 업체 관계자 C 씨는 “인터넷을 통해 대놓고 광고하지는 못한다”면서 “주로 전단을 뿌리거나 알음알음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홍보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000만∼2000만원의 중계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은 이들 업체의 수나 영업 수법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불법 업체의 대략적인 숫자도 산출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경찰도 “피해자의 신고나 여가부의 수사 의뢰로 사건을 뒤늦게 인지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