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MB회고록 내용 보니]北, 정상회담 대가 경제지원 수차례 요구…위안부 해결 합의 직전 무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엔 현 박근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남북관계ㆍ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술회도 포함돼 관심을 끈다.

남북 정상회담은 북측이 중국 등의 경로를 통해 수차례 제의를 해왔지만, 대가를 요구해 무산됐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도 한ㆍ일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하려 했지만 일본 측 정권이 바뀌면서 수포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회고록엔 4대강 사업ㆍ자원외교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확신도 있다. 또 무상복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특유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인식의 틀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북,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후에도 대가 요구하며 정상회담 타진=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의 5장 ‘원칙있는 대북정책’에서 “북한은 2009년 8월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김기남 당시 북한 노동당 비서 등 조문단이 청와대를 예방했을 때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조문단이 북한으로 돌아간 직후인 8월 28일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쌀과 비료 등 경제지원을 조건으로 달아 거절했다고 썼다.

이 전 대통령은 이로부터 두 달 뒤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로부터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는데 정상회담을 바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해 10월 태국 후아힌에서 아세안+3회의가 열렸을 때도 원자바오 총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하려 했다. 하지만, 한 달 뒤 통일부와 북한 통일전선부간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옥수수 10만t, 쌀 40만t, 비료 30만t,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달러어치 등을 요구해 회담은 또 무산됐다.

천안함 폭침 이후에도 북한의 대가를 전제로 한 정상회담 제의는 이어졌다고 이 전 대통령은 밝혔다. 2010년 7월 국가정보원 고위급 인사가 방북했고, 이 때 북측은 “(당사자가 아닌) 동족으로서는 유감이라 생각한다”는 입장만 전했다. 이후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위해선 쌀 50만t을 요구했다고 이 전 대통령은 전했다. 그는 2011년 5월 22일 도쿄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서도 원자바오 총리가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했지만,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없이 회담없다’는 뜻이 북측에 전달돼 재차 무산됐다고도 했다.

▶일본 정권 교체로 위안부 해결 물거품=박근혜 정부가 한ㆍ일 관계 개선을 위한 첫 단추로 꼽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이 전 대통령은 해결 직전까지 갔다고 밝혔다. 그는 2011년 12월 18일, 일본 총리에 오른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지금 살아계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한을 품고 모두 돌아가시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일본 총리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노다 총리는 “일본 대사관 앞에 위안부 비가 건설됐다”며 철거 요청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순간에 대해 “노다 자신의 의견이라기보다 누가 써준 것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고 적었다. 실무 차원의 외교협의 끝에 이듬해 11월 1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한ㆍ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위안부 문제를 최종합의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게 현실화하진 못했다. 한ㆍ일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1월 16일, 일본 중의원 해산 결정으로 노다 내각이 물러나게 됐기 때문이었다고 회고록은 전했다.

▶4대강ㆍ자원외교, “죄악시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 전 대통령이 이들 문제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운하를 건설하기 위한 위장 사업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이러한 주장은 퇴임 후 감사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감사결과에서까지 나왔다”며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자원외교에 대한 비난과 관련해선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며 “과장된 정치적 공세는 공직자들이 자원 전쟁에서 손을 놓고 복지부동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이같은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해외 자원개발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벌하면 된다”며 “그러나 이런 문제를 침소봉대해 자원외교나 해외자원 개발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무상복지, “이해할 수 없는 점 한두 가지 아니다”=이 전 대통령은 무상복지 정책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내가 한 일 중에는 내 삶의 경험에서 나온 게 많다”며 “나는 오랫동안 대기업 CEO를 지냈다. 그 때문인지 정략적으로 나를 공격하는 쪽에서는 내가 서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며 몰아붙이기도 했다”고 썼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그런데 정작 그들이 주장하는 복지정책을 볼 때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저분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 알까?’라는 의문이 들때가 많았다. 지금도 전 국민 무상복지정책으로 정작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 예산이 줄어드는 현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