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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업한 커피전문점 흡연실…갈 곳 없는 흡연자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직장인 김모(35) 씨는 얼마 전부터 커피숍을 고르느라 굳이 먼 거리를 걸어다니지 않게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금만 발품을 팔면 흡연실이 갖춰진 커피숍을 찾을 수 있었지만, 새해 들어 그마저도 도통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제 그냥 가깝거나 입맛에 맞는 집을 찾아서 들어가기 때문에 흡연이 가능하냐 여부는 고려사항에서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올해부터 모든 커피전문점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종전에 흡연실을 운영해왔던 커피전문점들이 흡연실을 없애고 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전체 매장의 80%에 이르는 740개 점포에서 흡연실을 운영했던 카페베네의 경우 현재 흡연실이 있는 매장은 전국 928개 매장의 14%인 130개에 불과하다. 고작 1~2개월 사이에 흡연실이 있는 점포가 600여개 이상 줄어든 것이다.


전국에 446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탐앤탐스도 흡연실 운영 매장이 지난해 말 380개에서 현재 22개로 줄었다. 455개 지점을 거느린 할리스 역시 흡연실 운영 매장 비율이 40%에서 현재 20%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비교적 일찍 정책 변화에 대비해온 엔제리너스는 약 2년에 걸쳐 흡연실 운영 점포를 420개에서 289개로 줄였다.

흡연실을 운영하더라도 흡연자들이 체감하는 환경은 그 전만 못하다. 대부분의 경우 면적이 기존 흡연실의 절반 정도로 줄었을 뿐만 아니라 앉을 자리도 없어 담배만 재빨리 피우고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홍모 씨는 “가끔 흡연실에 들어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유리창 너머로 보면 처량해 보인다”며 “구경꺼리가 돼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저렇게 까지 해서 담배를 피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뀐 규정에 맞춰 흡연실 갖추는데 들어가는 비용 대부분은 가맹점주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종전에 운영하던 흡연실을 없애는 것”이라며 “환풍기나 에어커튼 등 시설을 설치한 점포들도 기존 흡연 좌석 공간 규모를 크게 줄여 2~3명만 들어갈 정도의 흡연실로 개조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장 법규에 따르느라 커피전문점들이 흡연공간을 대거 없앴지만,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흡연 손님 이탈에 따른 매출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상권 주변의 점포는 큰 타격이 없지만, 오피스 상권 점포들에서는 확실히 매출이 줄었다”며 “따라서 앞으로 흡연실을 설치하는 매장이 다시 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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