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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보좌관의 두얼굴…슈퍼 甲·未生사이…
국회의장 보좌관 아들이 靑 폭파위협범…충격파 아직도 여진…
4급보좌관은 연봉 7,000만원대…정부 부처에 수시로 자료요구
국감땐 기업에 슈퍼갑 행세…의원앞에선 한없이 작은 未生


“대통령님과 정의화 국회의장님, 그리고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서 아버지로서 대단히 매우 죄송합니다. 아들아 사랑한데이”(강상욱 전 국회의장실 보좌관)

스물 두살짜리 청와대 폭파 협박범의 아버지가 국회의장의 보좌관이었단 사실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통령에 이어 의전서열 2위인 입법부 수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사람의 자제가 어떻게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상대로 이같은 행각을 벌일 수 있었는지, 아들의 정신병력을 감안하더라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자신의 의붓아들을 비서로 채용해 6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 보좌관의 삶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관련기사 10면

국회의원 보좌관은 갑(甲)이면서도 을(乙)이기도 한 야누스적 특성을 지닌 직업이다.

보좌관은 국회의원실 비서진 전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통상 그 중 직위가 높은 2명의 4급 공무원을 가리킨다.

4급 공무원은 5급(사무관)에서 시작하는 행정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이 7~8년 근무 후 승진에 성공해야 올라갈 수 있는 서기관급 자리다.

연봉 7000만원이 넘고 행정부나 공기업, 민간기업 등을 상대로 일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 박사 학위자는 물론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출신도 몰린다.

하지만 임명권을 가진 의원이 자신의 아들이나 딸, 친인척 등을 보좌진으로 편법 기용해 지탄을 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친인척 채용금지 법안은 2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보좌관은 정계 입문의 사전코스로 인식되기도 한다. 현재 19대 의원 중에도 보좌관 출신이 스무명이 넘는다.

의원 배지를 안 달아도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리는 청와대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비서관도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부터 숨은 실세로 인식돼 왔다.

보좌관은 입법ㆍ예산권을 등에 업고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 수시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특히 법 개정과 국정감사에 연관이 있는 기업들에겐 ‘슈퍼 갑’이다. 이들에게 접대나 향응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하고, 수시로 불러 술값을 계산시키는 추태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의원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미생’(未生)일 뿐이다. 심지어 ‘애완견 털 깎기’ 등 허드렛일 수준의 심부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월급 꺾기(지급 후 되돌려받는 방식)’를 당하기도 한다. 별정직(別定職) 공무원인 까닭에 의원이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언제라도 짤리는 ‘파리 목숨’이다. 때문에 자신이 모시는 영감(의원)의 ‘슈퍼갑질’을 감내해야하는 서러운 처지이기도 하다. 

국회 보좌관이 처음 등장한 것은 61년 전인 제3대 국회 때다. 김철 전 의원이 지난 1954년 헌정 사상 최초로 보좌관을 임명했단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만 해도 보좌진 정원은 의원당 1명이었다. 이후 국회의 규모와 기능이 확대되면서 보좌진 수도 늘어났다.

제4대 국회까지 보좌진 정원은 의원당 1인이었으나 지속 증가해 2012년 5월부턴 7명 체제가 됐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ㆍ7ㆍ9급 비서가 각 1명씩이다. 

의원실에 따라 인턴을 2명까지 채용하기도 하는데 보통 의원을 포함해 7~9명이 한 팀을 이룬다. 의원을 수행하는 의전부터 민원 처리, 지역구 관리, 입법 보좌까지 이들이 하는 일은 모두 의원 1인에 집중된다.

보좌관은 정부에 대해선 장ㆍ차관도 함부로 못하는 ‘슈퍼 갑’으로 통한다. 법안 제ㆍ개정과 예산안 심사,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등 정부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보좌관들의 숨은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의적으로 ‘갑질’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년 경력의 한 보좌관은 관련 공무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요일에 100여건 이상의 자료를 요청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또다른 보좌관은 보내준 자료에 오타나 실수가 발견되는 즉시 담당 실ㆍ국장은 물론 차관에게까지 직접 전화해 호통을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술이 취해서 교통사고를 낸 뒤 음주측정을 거부하며 경찰에 욕을 하는 등 추태를 부리는 보좌관들도 종종 뉴스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슈퍼갑질 뿐 아니라 연봉이 최대 7000만원에 달하고, 정치권으로 입성하는 코스로 여겨지면서 의원 친인척이 보좌진으로 채용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19대 국회 시작부터 자신의 의붓아들을 7급 비서관으로 채용해 5급까지 승진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과거 자신의 딸을 비서관으로 기용했다가 논란이 일자 면직처리 했는데 최근 슬그머니 재기용하기도 했다.

또 올 초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박윤옥 의원은 둘째아들을 차명으로 속여 보좌진으로 채용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은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보좌관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별정직(別定職) 공무원이라 해당 의원(일명 ‘영감’)에겐 지극 정성을 바쳐야 하는 처지다. 

중간에 의원이 면직요청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즉시 해임이 결정되는 터다. 임기를 무사히 마쳐도 4년마다 근무할 의원실을 찾아야 돼 다른 의원들에게도 눈도장을 잘 찍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상임위 산하 공공기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큰소리치다가도 다음날 아침엔 영감을 위해 해장국을 보온병에 담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운명”이라고 토로했다.

의원 수발만 힘든게 아니다. 국정감사나 선거철이면 질의서 준비와 선거운동으로 사실상 출퇴근 시간이 무의미해 근무 강도도 엄청나다. 특히 지역구 의원일 경우 선거철엔 지역에 내려가 몇개월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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