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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보좌관 갑질과 미생 삶 들여다보니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한국을 대표(?)하는 슈퍼 갑(甲)과 을(乙)의 두 얼굴을 가진 국회 보좌관이 처음 등장한 것은 61년 전인 제3대 국회 때다.

김철 전 의원이 지난 1954년 헌정 사상 최초로 보좌관을 임명했단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만 해도 보좌진 정원은 의원당 1명이었다. 이후 국회의 규모와 기능이 확대되면서 보좌진 수도 늘어났다.

[헤럴드경제DB사진]

제4대 국회까지 보좌진 정원은 의원당 1인이었으나 지속 증가해 2012년 5월부턴 7명 체제가 됐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ㆍ7ㆍ9급 비서가 각 1명씩이다.

의원실에 따라 인턴을 2명까지 채용하기도 하는데 보통 의원을 포함해 7~9명이 한 팀을 이룬다. 의원을 수행하는 의전부터 민원 처리, 지역구 관리, 입법 보좌까지 이들이 하는 일은 모두 의원 1인에 집중된다.

보좌관은 정부에 대해선 장ㆍ차관도 함부로 못하는 ‘슈퍼 갑’으로 통한다. 법안 제ㆍ개정과 예산안 심사,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등 정부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보좌관들의 숨은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의적으로 ‘갑질’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년 경력의 한 보좌관은 관련 공무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요일에 100여건 이상의 자료를 요청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또다른 보좌관은 보내준 자료에 오타나 실수가 발견되는 즉시 담당 실ㆍ국장은 물론 차관에게까지 직접 전화해 호통을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술이 취해서 교통사고를 낸 뒤 음주측정을 거부하며 경찰에 욕을 하는 등 추태를 부리는 보좌관들도 종종 뉴스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슈퍼갑질 뿐 아니라 연봉이 최대 7000만원에 달하고, 정치권으로 입성하는 코스로 여겨지면서 의원 친인척이 보좌진으로 채용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19대 국회 시작부터 자신의 의붓아들을 7급 비서관으로 채용해 5급까지 승진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과거 자신의 딸을 비서관으로 기용했다가 논란이 일자 면직처리 했는데 최근 슬그머니 재기용하기도 했다.

또 올 초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박윤옥 의원은 둘째아들을 차명으로 속여 보좌진으로 채용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은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보좌관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별정직(別定職) 공무원이라 해당 의원(일명 ‘영감’)에겐 지극 정성을 바쳐야 하는 처지다.

중간에 의원이 면직요청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즉시 해임이 결정되는 터다. 임기를 무사히 마쳐도 4년마다 근무할 의원실을 찾아야 돼 다른 의원들에게도 눈도장을 잘 찍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상임위 산하 공공기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큰소리치다가도 다음날 아침엔 영감을 위해 해장국을 보온병에 담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운명”이라고 토로했다.

의원 수발만 힘든게 아니다. 국정감사나 선거철이면 질의서 준비와 선거운동으로 사실상 출퇴근 시간이 무의미해 근무 강도도 엄청나다. 특히 지역구 의원일 경우 선거철엔 지역에 내려가 몇개월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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