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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니 안간다…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
입주자 대표 국공립 전환 거부
과다한 임대료에 서비스질 하락…재정 악화 보육교사 처우도 열악


최근 아동 학대 사건이 일어난 인천 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한 이른바 관리동 어린이집이다. 관리동 어린이집 원장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매월 임대료를 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일부 입주자대표회가 월 임대료 수입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관리동 어린이집이 국공립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거나, 무리한 임대료를 요구해 관리동 어린이집의 저질 보육서비스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강원 춘천시에 따르면 시는 작년 5월 춘천 지역의 모 아파트 내 관리동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을 제안했다. 원장과 학부모들은 더 안정적인 재원을 갖춘 국공립 전환을 반겼지만 이 어린이집의 사실상 임대인인 입주자대표회는 국공립 전환을 거부했다.

시 관계자는 “국공립으로 전환될 경우 관리동 어린이집을 무상임대 혹은 기부채납으로 내놔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진 학부모들은 좋아하지만 그 외 아파트 주민들은 반대표가 많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관리동 어린이집의 원생 수는 42명. 전체 아파트 주민 수에 비해 어린이집 이용 아이의 학부모들은 소수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관리동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여론의 벽에 막혀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가 어린이집에서 매월 받는 임대료는 약 50만원. 일부 입주민들은 “1년이면 600만원, 5년이면 3000만원인데 이 돈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양산시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관리동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이 가로막혔다. 작년 초부터 시가 먼저 모 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을 국공립을 전환해주겠다고 나섰지만, 입주자대표회는 이를 끝내 거부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리동 어린이집이 내는 월세가 입주자대표회의 거의 유일한 수입원인데 그 수입이 사라져서 반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도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을 높여야 하고 학부모들은 물론 국공립 전환을 원한다”면서 “아이는 마을 전체가 키운다는 옛말도 있는데 같은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가 어려운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했다.

문제는 관리동 어린이집이 다른 유형의 어린이집에 비해 재정 여건이 열악한 탓에 제2의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점이다.

통상 관리동 어린이집은 입찰을 붙여 입주자대표회가 운영할 원장을 뽑게 된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서울대 어린이 보육지원센터장)는 “이때 입주자대표회는 보육의 전문성보다는 누가 월 임대료를 많이 내느냐를 기준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물가인상을 억제한다며 정부 지급 보육료 인상을 억제하고 무리하게 월 임대료를 입주자대표회에 내야 하는 상황에서, 관리동 어린이집은 값싼 보육교사 등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유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비용 압박은 비단 관리동 어린이집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모 건설사 관리동 어린이집을 총괄하는 관계자는 “식비 등 기본적인 운영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어린이집에도 원생이 많아야 비용 부담도 적어지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리동 어린이집의 원생은 보통 30∼40명으로 소규모여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입주자대표회 입찰을 받기 위해 높은 임대료로 계약을 맺은 탓에, 관리동 어린이집 중에는 작게는 120만원 많게는 250만원의 월 임대료를 내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웅 기자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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