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러니 몰린다…꿈 같은 직장 어린이집
학부모 선호도 갈리는 어린이집 2제
보육교사도 같은 직원 믿고 맡겨
문제 있으면 언제든지 상담도…밤까지 운영 퇴근 늦어도 느긋


경기도 판교의 한 IT 기업에 다니는 이모(37) 씨는 매일 네살배기 딸과 함께 출근한다. 지난해부터 자신이 다니는 사내 어린이집에 딸이 입소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어린이집 입소 경쟁률은 5대 1로 높은 편이지만, 한 번 입소하면 자신이 퇴사하지 않는 한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등원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 씨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에 대해 걱정되는 점이 있어도 내 아이에게 해코지를 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민간어린이집 선생님께는 민원을 제기하기 어려워한다”며 “직장 어린이집은 같은 회사 직원인 데다 회사 내에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담당자도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더 원활하고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또한 이 씨는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가는 데만 한시간 가량이 소요되는데 어린이집이 끝나는 6시에 맞추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라며 “맞벌이 부부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보육정책이 아동학대와 같은 사태를 만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씨가 다니는 회사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게임 기업 넥슨이다. 이 회사의 어린이집 ‘도토리소풍’ 판교원(판교 지점)에는 지난 해부터 인근 지역 주민들로부터 “입소가 가능하냐”는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

그도 그럴 것이, 민간어린이집 법정비율에 비해 교사와 아동 비율이 높고,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운영해 늦은시간까지 근무가 불가피한 부모를 위해 정규 보육시간 외에 추가 연장 보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마다 선발된 입소자는 부모가 휴직, 또는 퇴사하지 않는 이상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등원이 가능하다.

이 회사 뿐 아니라 최근 막 육아를 시작한 20대~30대 젊은 층이 많은 회사 역시 어린이집 신설을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넥슨은 선릉, 판교에 이어 제주도에 근무하는 직원을 위한 어린이집을 신설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 네이버 등도 어린이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직장 내 어린이집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는다. 한 학부모는 “대부분 민간 어린이집이 형식적으로는 밤 늦게까지 운영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5시~6시가 되면 아이를 데려가라고 재촉하고, 일부는 그 시간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으면 입소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회사 어린이집은 구조적으로 부모가 끝날 때까지 아이를 맡을 수밖에 없어, 민간어린이집보다 많은 데다 교사 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 국공립어린이집에 집중하거나 CCTV를 설치하는 대신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만큼 어린이집에 투자하고 정원도 늘리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당 수의 기업들은 어린이집에 투자를 꺼리는 게 사실이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실제로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진들의 나이가 많아 어린이집 정책의 수요자가 아니다보니 사내 어린이집 설치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이 고용된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지난 해 12월 말 현재 설치 의무 사업장 363 곳 중 176 곳만 설치해 설치율이 50%를 밑돌았다.

정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확대하기 위해 보육수당 지급을 설치이행의 대체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지만, 명단을 공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