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내기장기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70대 노인을 등친 노인사기단 일당이 구속됐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내기장기를 통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70대 노인을 유인해 정신을 혼란스럽게 한 뒤 수천만원을 가로챈 혐의(특수절도)로 신모(69) 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 등은 지난해 11월 17일 강북구 수유동 노상에서 피해자 김모(74) 씨에게 접근한 뒤 “내기장기를 둬 돈을 벌게 해주겠다. 돈을 많이 인출해올수록 많은 돈을 번다”고 속인 뒤 김 씨가 인출해온 520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씨는 일당인 노모(71) 씨를 ‘모 인삼조합 조합장이자 100억대 자산가’라고 소개하며 김 씨에게는 “노 씨와 박보장기를 둬 돈을 따고 이익금을 나누자”고 속삭였다. 박보장기는 사기단에 의해 특정한 말을 잡는 사람이 무조건 이길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장기다.

결국 짜여진 각본대로 노 씨는 내기장기에서 패배했고, 승리한 신 씨는 이익금 분배를 논의하며 커피를 한잔 하자고 김 씨를 골목길로 유인했다.

그러는 사이 노 씨는 김 씨가 인출해온 5200만원을 가로채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공범 박모(50) 씨의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

한편 김 씨가 도난당한 5200만원은 자신이 평생 모아둔 노후자금과 자신의 사위가 사업을 위해 대출을 받아 둔 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사기단은 김 씨가 자신 또래 노인인 점을 이용해 아는 사이인 척 접근해 경계를 풀게 만든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김 씨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짜 돈 5만원권을 수십장씩 묶어 가짜 돈다발을 만들기도 했다.

동종 전과 다수인 이들은 속칭 ‘야바위판’에서 만나 함께 범행을 해온 전문사기단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처럼 ‘내기 장기’로 유인하는 사기는 피해 노인들이 창피함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또래 노인들이 지나친 친절을 베풀며 접근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하면 반드시 의심해야한다”며 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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