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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잊힌 영웅 부활시키는 또 다른 영웅 이영만 김영옥평화센터 이사장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40여년 가까이 입었던 피땀어린 군복을 벗고 또 다른 형태로 국가에 봉사할 길을 찾아 나선 이가 있다.

1979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해 소위로 임관한 뒤 작년 4월 공군사관학교장을 끝으로 전역한 이영만(58·공사27기) ‘김영옥평화센터’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이사장은 전역 뒤 대기업과 외국계 방산업체의 영입제의를 뒤로 하고 센터 창립에 매달려왔다.

고(故) 김영옥 대령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독립운동가의 아들인 김 대령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아시아계 최초로 미군 대대장을 역임하며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와 이탈리아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김 대령은 2차 대전이 끝난 뒤 전역했지만 6·25전쟁이 발발하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재입대해 한국으로 달려왔다.


김 대령은 전쟁 중에는 고아원을 만들어 500여명의 전쟁고아를 돌봤고, 전후에는 미국으로 돌아가 자선단체 활동을 통해 여성과 장애인, 이민자 등을 위해 헌신한 인도주의자이기도 했다.

이 이사장이 김 대령의 얘기를 접한 것은 5년 전 재미 언론인이 쓴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런 선배를 모르고 군 생활을 했구나’라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고 부끄러움이 일었습니다. 김영옥 대령의 정신적 유산과 삶의 가치를 나만 아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국민과 다음 세대에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잊힌 영웅을 발굴해 알리는 또 다른 영웅적 일이었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평탄한 길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어려운 길을 선택한 데 대한 가족들의 이해를 구하는 일부터 반평생을 군문에 있다가 생전 처음으로 법인을 설립하는 일까지 쉬운 일이 없었다.

“누가 알아달라고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법인 설립 부분이나 재원 확보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김영옥 대령이 전쟁고아들을 챙기면서도 슬하에 혈육이 없어 자료나 기록물 확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이사장의 노력은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가족들은 그의 뜻을 이해하고 지원해주고 있으며 국가보훈처는 지난 13일 사단법인 김영옥평화센터 설립을 승인했다. 군과 학교에서는 선양사업과 교육, 독후감 공모전 등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이 때 김 대령의 삶과 정신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김영옥 대령의 삶을 꿰뚫는 겸손, 헌신, 용기는 현 시대는 물론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덕목”이라며 “선양과 교육, 연구를 통해 김영옥 대령의 유산이 확대되고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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