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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아리랑열차 타고 굽이굽이 넘는 산길…아리랑 곡조에 어깨 들썩
도심에 내리는 눈은 반갑지만은 않지만 정선아리랑열차를 타고 바라본 차창밖 설경은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정선아리랑열차가 지난 22일부터 운행을 시작해 매일 한차례씩 청량리역와 아우라지역 사이를 오가고 있다. 아리랑열차는 천장을 제외하고 객실 좌우에 넓은 유리창이 설치돼 있어 강원도의 수려한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열차 안에서 울리는 정선아리랑 곡조는 승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넓은 전망창으로 탁 트인 시야=정선아리랑열차는 국내 여객열차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 명칭이 열차 이름에 담겼다. 관광해설사인 권인숙씨는 정선(旌善)이라는 지명은 “착한(善) 사람(人)들이 모여 사는(生) 곳”이라고 풀이했다.

열차의 디자인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탠저린이 맡았다. 얼마 전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글로벌디자인팀장으로 영입된 이돈태 탠저린 공동대표는 강원도 강릉 출신이다. 이 대표는 아리랑열차에 강원도의 정서와 문화를 담았다.

열차 외관에는 아리랑의 선율과 정선의 굽이굽이 산길이 형상화됐고, 객실 내부는 하늘(파랑), 땅(빨강), 사람(노랑) 등을 상징하는 색들로 채워졌다.

아리랑열차는 화요일과 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8시 10분 청량리역을 출발한다. 정선 5일장이 서는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예외적으로 운행한다.

다른 열차에 비해 전망창이 넓은데다 창문을 열고 닫을 수도 있어 신선한 공기를 쐴 수 있다. 자미원역에서 민둥산역까지는 시속 30㎞로 서서히 움직여 차창 밖 풍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별의 골짜기’라는 이름을 가진 별어곡역과 정선역 사이에 있는 선평역에서는 5분 정도 정차한다. 정차하는 동안 마을주민들이 판매하는 나물 등 지역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카페칸에서는 정선군립예술단원들이 정선아리랑을 구성지게 들려준다. 흥겨운 가락에 승객들의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정선의 관광명소 5일장ㆍ레일바이크=아리랑열차의 종착지인 정선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정선5일장이다. 매달 2, 7, 12, 17, 22, 27일에 장이 열린다. 장이 서는 날에는 800m 길이의 시장이 형성된다.

5일장에서는 정선의 특산물인 황기를 비롯해 곤드레나물, 취나물 등을 판매한다. 시장 안에서 먹는 콧등치기국수, 메밀전병 등 토속 음식도 별미다.

정선레일바이크 역시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타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길이가 7.2㎞로 전국에 있는 레일바이크 중에 가장 길다. 구절리역에서 출발해 달려가다보면 강물과 절벽이 어우러지는 절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기차를 탔을 때처럼 덜컹덜컹거리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정선5일장 근처에 있는 아리힐스 스카이워크에서는 U자형으로 흐르는 동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발 600m 높이에 설치된 스카이워크는 발아래가 투명유리다. 까막득한 절벽을 내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바로 옆에 있는 짚와이어를 타면 더 짜릿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외줄을 타고 계곡 아래로 활강하는 레포츠로 길이 1.1㎞, 높이 325.5m에 달한다.

▶음과 양이 만나는 아우라지=“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정선아리랑 中)

아우라지는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과 임계면에서 흐르는 골지천이 만나는 곳이다. 한쪽 편의 물소리는 남자 목소리처럼 크고, 한쪽 편의 물소리는 여자 목소리처럼 잔잔하다. 권인숙 해설사는 “여기 사람들은 양수, 음수로 나눠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강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조선시대 아우라지나루는 강원도 산골에서 벤 나무를 뗏목에 실어 한양으로 올려 보내는 출발지점이었다. 한양에 도착한 뗏목은 비싼 값에 팔려 ‘떼돈’을을 번다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강가 한켠에는 뗏목 모형이 세워져있다.

아우라지에 있는 정선아리랑전수관에서는 매주 수요일 정선아리랑을 배워볼 수 있다. 조선 초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던 고려 충신들은 정선으로 숨어 살았다. 이들이 가족,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을 노래한 것이 정선아리랑의 유래라고 전해진다. 이어 남녀의 이별 등 서민들의 해환이 담겨 현재 800여수의 가사가 전해지고 있다.

“정선읍네 물레방아는 사시장철 물을 안고 뱅글뱅글 도는데/우리집에 서방님은 날 안고 돌 줄을 왜 모르나”, “당신은 나를 알기를 흑싸리 껍질로 알아도/나는야 당신을 알기를 공산명월로 알아요” 등 해학이 담긴 가사들이 자주 불리워지고 있다.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화암동굴=조선시대에 정선에서 떼부자가 흥했지만 산업화 시대에는 탄광산업이 호황이었다. 개도 만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금맥을 캐던 광부들의 애환은 화암동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돌에 붙어 반짝이는 금가루와 신기한 모양의 종유석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가파른 돌틈 사이에 놓여진 나무 사다리는 광부들의 고단했던 삶을 짐작하게 한다. 채광 당시 가장 금이 많이 나왔다는 노다지 궁전의 경우 광부들이 약 50m 높이까지 올라가 작업을 했다. 광부들이 가장 많이 사고를 당한 곳이기도 하다.

과거 산골주민들의 생활상은 아라리촌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넓적한 판돌로 만들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는 돌집과 소나무토막으로 지붕을 만든 너와집, 귀틀집 등을 재현해 놨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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