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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잘리고 게임·은둔생활…범죄 무방비 노출
학교 밖 아이들 28만명…실태와 대책은
문제아 낙인 관리 사각지대
사회적 분노키워 폭력성까지…부처간 통합 ‘돌봄 정책’ 시급


# 지난 2011년 12월 서울시내 청소년 밀집지역을 돌며 또래 청소년 20여명으로부터 수십만원대의 의류와 신발, 시계 등을 강제로 빼앗은 혐의로 10대 청소년 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중학교를 중퇴한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으로 광진구와 동대문구, 노원구 등 서울 일대에서 또래 청소년만을 골라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문제아로 낙인찍혀 학교 밖으로 쫓겨난 청소년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아직은 사회와 가정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이지만, ‘착한 양’만 지켜려는 교육행정 편의주의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사회에 대한 분노를 키우며 잠재적ㆍ위협적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최근 중학교 중퇴자인 김모(18ㆍ남)군이 이슬람 무장세력 ‘IS’(Islamic Stateㆍ이슬람국가)에 자진해서 가담하는 등 제도권 밖 청소년의 ‘일탈’이 위험 수준임에도 이들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제도권 교육이 외면한 청소년 28만명…은둔형 외톨이로 전락=2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은 전체 청소년 713만 명 가운데 4%인 28만명이다.

초ㆍ중ㆍ고교 재학생 672만명을 비롯해 대안학교 재학생, 장기 입원자, 소년원 수감생, 조기 유학생 등을 제외한 숫자다.

전문가들은 이 중 약 4만명 정도를 김 군과 같은 은둔형 외톨이로 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게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의존하며 철저히 현실을 도피하는 실정이다.

배주미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팀장은 “학교 밖 청소년도 여러 유형이 있지만 어떤 유형이든 간에 최근 유독 은둔형 외톨이의 숫자가 느는 추세”라면서 “사회적 욕구를 게임이나 인터넷을 통해 충족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불과 70여명이던 김 군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불과 6일 만에 8배가 증가했다. 대부분은 10대~20대로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트위터에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글을 남기기도 해 우려를 사고 있다.

▶끔찍한 범죄로 사회 분노 표출=학교 밖 청소년 중 상당수는 폭력 성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는 10대 청소년들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울만큼의 잔혹한 폭력행위가 벌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따르면 고교를 자퇴한 A(16ㆍ여고 자퇴)양과 그의 남자친구 B군(16ㆍ고교 자퇴)은 아파트 옥상 바닥에 침을 뱉은 후 피해자인 친구 C양에게 핥게 하고 심지어 대변까지 먹게 했다.

또한 담배꽁초를 삼키게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구걸을 시켜 돈을 갈취하는가 하면 유사성행위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아로 낙인찍혀 학교 밖으로 쫓겨난 28만명의 청소년들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은 어른들의 무관심속에 사회에 대한 분노를 키우며 잠재적ㆍ위협적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해외에서 벌어지는 10대 총기 난사 사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장 과정에서 제대로 된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게임 등을 통해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가 결국 극단적인 행동까지 벌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터넷 등을 탐닉함에 따른 여러 유형의 범죄로 학교 밖 청소년들에 의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월28일부터 7월28일까지 인터넷 성인용품쇼핑몰 등 영세하고 보안이 취약한 사이트에 대해 해킹을 시도하고 해당업체 경영진을 위협하며 금품을 요구한 10대 청소년이 붙잡히기도 했다. 이 청소년은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후 인터넷 등을 통해 해킹 방법을 습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의 범죄율은 높은 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7월말까지 4년7개월간 검거된 청소년 범죄자 42만4611명 중 학교 밖 청소년이 17만1127명으로 전체의 40.3%에 달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미약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이같은 현상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들어서야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아직도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일원화된 관리 체계는 마련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배 팀장은 “밥만 먹인다고 애들이 무럭무럭 자라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떠받들며 키우라는 게 아니라 적절한 대화를 통해 아이가 힘든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떤 식으로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관심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상윤ㆍ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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