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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대路 멋대路] 오키나와의 마니아 천국, 망가소코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기자들에게 휴가만큼 달콤한 단어가 있을까요. 시간을 내기도 힘들지만, 업무에 몰려 살다보면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끝나는 입춘 무렵엔 마음이 가볍습니다. 회사에서 허락한 자유시간이기 때문에 여행계획을 세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봄이 그리워 벚꽃이 핀다는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왔습니다.


먼저 고백하자면 기자는 ‘마니아’입니다. 앞서 오사카를 방문했을 땐 이른바 ‘마니아들의 천국’이라는 덴덴타운에 자유시간을 쏟아부었고, 어디를 가든 게임과 소프트, 악기, 피규어 등을 구경하기 바쁩니다. 특히 일본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의 성과는 바로 마니아들의 만족도를 높여줄 ‘망가소코(マンガ倉庫)’를 오키나와에서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망가소코는 일본 곳곳에 매장을 보유한 중고품 전문 매장입니다. 저렴한 가격과 24시간 운영제로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마니아들의 즐길거리가 부족한 오키나와에서는 한줄기 빛이라고도 표현됩니다. 현지인들이 곧잘 ‘시골’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힘든 지역적 특성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 매장을 찾은 시간은 오후 10시 이후였습니다. 관광객보다는 젊은 현지인들이 대부분으로 가게들이 일찍 닫는 오키나와에서는 또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바로 취향을 타는 분야의 아이템들이 총망라됐다는 점입니다. 게임소프트, 만화책, 화보, 잡지, 책, 피규어, 악기 등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도 꼼꼼하게 찾다보면 손에 얻을 수 있습니다. 입구 쪽에는 매각 테이블이 있고, 여기서 입수된 제품들을 깨끗하게 정돈해 다시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오키나와에는 나하점, 아와세점, 우라소에점 등 총 세 곳의 망가소코가 있습니다. 공항에서 가까운 나하점은 유명한 국제거리 탓에 접근성이 좋습니다. 국제거리에서 아메리칸 빌리지로 이어지는 58번 국도를 따라 올라오면 우라소에점이 도로변에 보입니다. 아와세점은 현지인들의 매각이 활발한 곳으로 동쪽 항구에 위치해 있습니다.


세 군데를 모두 들른 결과, 나하점보다는 우라소에점과 아와세점을 추천합니다. 비교적 소규모인 나하점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져 희귀품을 찾기 힘듭니다. 반면 우라소에점과 아와세점은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발길이 잦아 진귀한 물품들이 비교적 많습니다. 특히 피규어나 옷, 악기 등이 많고 레트로 게임과 피규어 매장에도 처음보는 물품들이 가득합니다.


매장을 살펴보면 오래전 남대문 시장의 향수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보물을 찾듯 발품을 팔고 물품들을 뒤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엔저로 인한 가격적인 매력을 더한다면, 망가소코를 오키나와로 여행의 필수코스로 계획해도 좋습니다. 취미생활이 없더라도 현지인들의 일상을 함께 하는 재미와 접해보지 못했던 보물까지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어에 취약해도 괜찮습니다. 미군부대가 많은 오키나와의 특성상 간단한 영어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매과정이 쉽습니다.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지인은 “최근 관광객이 많아져 현지인들의 회화수준이 더욱 올라갔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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